불가리아 요구르트는 왜 한 나라의 상징이 되었을까

불가리아 요구르트의 이름에는 유산균 발견의 역사와 가정에서 이어 온 발효 전통이 함께 담겨 있다. 식탁에서의 쓰임, 불가리아 요구르트가 국가의 상징이 된 배경과 불가리쿠스의 발견, 가정 발효 전통, 타라토르와 원산지명 보호의 의미 등에 대해 살펴보자.

요구르트 이름 앞에 나라 이름이 붙으면 그곳에서만 나는 특별한 재료가 있을 것 같다. 불가리아 요구르트도 그렇다. 하지만 원료만 보면 우유와 발효에 쓰는 균이 중심이다. 낯선 향신료나 복잡한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은 아니다.

그렇다면 불가리아는 왜 요구르트와 유난히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까. 답은 하나가 아니다. 집에서 이어 온 발효 방식, 세균을 밝혀낸 연구자의 발견, 요구르트를 여러 음식에 곁들이는 식습관이 겹쳐 있다. 이름만 익숙했던 요구르트를 이해하려면 이 세 가지를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1905년에 발견된 것은 요구르트가 아니었다

불가리아 요구르트 이야기에는 스타멘 그리고로프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1905년 불가리아의 요구르트에서 발효에 관여하는 세균을 분리해 밝혀낸 연구자다. 이 균은 오늘날 락토바실루스 델브루에키 아종 불가리쿠스로 분류된다. 학명은 Lactobacillus delbrueckii subsp. bulgaricus다.

여기서 구분할 점이 있다. 그리고로프가 요구르트라는 음식을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 먹던 음식 안에서 무엇이 발효를 일으키는지 연구한 것이다.

이 차이를 놓치면 불가리아에서 요구르트가 처음 탄생했다는 이야기로 쉽게 이어진다. 발효유의 기원을 한 나라로 단정하는 것과, 특정 세균의 발견을 설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불가리아 요구르트의 역사에서 1905년이 중요한 이유는 오래된 생활의 기술에 미생물학적 설명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ISAPP의 불가리아 요구르트 해설

불가리아 요구르트 발효균을 연구한 스타멘 그리고로프

출처 표기: 저작자 미상,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불가리쿠스 혼자 만드는 맛은 아니다

유명한 이름 때문에 불가리쿠스 한 종류만 넣으면 불가리아 요구르트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스트렙토코쿠스 테르모필루스라는 또 다른 균이 함께 쓰인다. 두 균이 함께 자라면서 우유의 발효를 진행한다.

우유에 있던 유당이 젖산으로 바뀌면 신맛이 생긴다. 발효 중 만들어지는 향기 성분도 요구르트의 풍미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단순히 우유에 신맛을 더한 것과는 맛이 다르다.

또한 불가리쿠스는 세계 여러 나라의 요구르트 제조에 사용되는 균이다. 이름에 불가리아가 들어 있다고 해서 이 균이 쓰인 모든 제품이 불가리아산이라는 뜻은 아니다. 균의 이름과 음식의 생산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요구르트 발효균에 관한 연구, 불가리아 요구르트 제품 명세

한 숟갈을 남겨 두는 집의 방식

과학자가 균에 이름을 붙이기 전에도 가정에서는 발효를 이어 갈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잘 만들어진 요구르트를 조금 남겼다가 다음 우유를 발효시키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남겨 둔 요구르트는 다음번 발효의 출발점이 된다. 어떤 요구르트를 골라 남기는지도 중요했다. EU에 제출된 제품 설명에는 가정에서 잘 발효된 요구르트를 다음 발효의 종균으로 선택해 온 관행이 기록되어 있다. 만드는 법뿐 아니라 원하는 맛을 고르는 경험도 함께 전해진 셈이다.

우유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진다. 불가리아 요구르트에는 소젖뿐 아니라 양젖, 염소젖, 물소젖도 사용된다. 같은 이름으로 불려도 재료와 종균에 따라 향과 질감이 달라질 수 있다. 하나의 균 이름만으로 모든 제품의 맛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불가리아 요구르트의 원료와 전통 제조 관행

오이와 마늘을 넣으면 쓰임이 달라진다

요구르트를 간식이나 후식으로만 생각했다면 타라토르가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요구르트에 물과 오이, 마늘, 딜 등을 넣어 차갑게 먹는 수프다. 호두를 더하기도 한다.

과일이나 설탕이 들어가는 대신 채소와 향신 재료가 들어간다. 새콤한 요구르트는 수프의 바탕이 되고, 오이는 씹는 맛을 더한다. 따로 불에 끓이는 수프와 달리 차갑게 먹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요구르트와 오이로 만든 불가리아의 차가운 수프 타라토르

출처 표기: Gillgaramond,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치즈를 넣어 구운 페이스트리인 바니차에도 요구르트를 곁들인다. 바니차를 만들 때 달걀과 치즈에 요구르트를 섞어 속을 준비하는 방식도 있다. 요구르트가 식사 뒤에 따로 먹는 음식에 머물지 않고 조리 재료와 곁들임을 오가는 것이다.

이런 쓰임을 보면 불가리아에서 요구르트가 왜 친숙한 식재료인지 이해하기 쉽다. 특별한 날에만 꺼내는 전통 음식이 아니라, 다른 음식을 만드는 데도 계속 쓰이는 재료다. 불가리아 관광청의 타라토르 소개, 바니차 소개

이름을 지키기 위해 정한 기준

2023년에는 불가르스코 키셀로 믈랴코라는 이름이 EU의 원산지명 보호 대상으로 등록됐다. 영문 표기는 Bulgarsko kiselo mlyako이며, 등록 유형은 PDO다.

이 이름으로 보호받는 제품에는 생산지와 제조에 관한 조건이 붙는다. 제품 명세는 원료 우유와 종균의 출처를 불가리아로 정하고, 생산 과정도 불가리아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불가리아와 관련된 문구가 포장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같은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보면 안 된다. 불가리아 계통의 발효균을 사용했다는 설명과, 정해진 원산지명 보호 기준을 충족했다는 표시는 의미가 다르다. 제품을 살펴볼 때 원산지와 원재료, 인증 표시를 나누어 읽어야 하는 이유다. EU 원산지명 등록 규정, 제품 명세

불가리아의 스투덴 이즈보르 마을에는 요구르트 박물관도 있다. 가정에서 유제품을 만들고 보관하던 도구와 산업 생산을 설명하는 전시, 그리고로프의 연구 이야기를 함께 다룬다. 불가리아 관광청의 요구르트 박물관 안내

박물관에서 보존하는 것은 세균의 발견만이 아니다. 집에서 발효를 이어 가던 도구와 방식도 그 자리에 있다. 불가리아 요구르트가 한 나라의 상징이 된 배경에는 연구자의 이름만큼이나, 다음번에 쓸 요구르트를 남겨 두고 식탁에 다시 올리던 사람들의 습관이 놓여 있다.

이번 글은 나라별 발효음식 15번째 글로 불가리아 발효유 문화가 유지된 이유에 대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목축과 유제품 중심의 생활 기반, 발효의 실질적 저장 가치, 식사 구성에서의 역할, 발효유의 지속성, 가정 단위 전승이 만든 생활 기술 등에 대하여 썼으니 이 글이 필요하신 분들께 알찬 정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레바논 키시크(Kishk): 요구르트와 불구르를 겨울 저장식으로 바꾼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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