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에티오피아 인제라의 기원과 테프 발효 과정, 표면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이유, 한 접시를 함께 나누는 식문화에 대하여 알아보자. 인제라는 테프 반죽을 발효해 만든 빵이지만, 에티오피아 식탁에서는 접시와 식기의 역할까지 맡는다. 두 가지 기능을 맡는다니 참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인제라 사진을 처음 보면 커다란 회색 팬케이크처럼 보인다. 표면에는 작은 구멍이 촘촘하고, 그 위에 고기와 채소, 콩으로 만든 여러 음식이 조금씩 올라가 있다.
인제라를 발효빵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에티오피아 식사에서 인제라가 차지하는 자리를 제대로 보여주기 어렵다. 인제라는 반찬과 함께 먹는 빵인 동시에 음식을 담는 접시이며,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게 해주는 식기의 역할도 한다.

인제라의 기원은 한 연도로 정리하기 어렵다
에티오피아 인제라의 기원을 찾아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먹었다는 설명이 자주 나온다. 기원전부터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있고, 서기 600년 무렵의 조리 도구를 근거로 드는 자료도 있다.
그런데 관련 연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인제라가 정확히 언제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오래된 조리판이 발견됐다고 해도 그 위에서 지금과 같은 인제라를 구웠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주재료인 테프가 에티오피아에서 오랫동안 재배된 토착 곡물이라는 점이다. 테프 재배와 인제라 조리법은 세대를 거쳐 이어졌지만, 어느 한 사람이 어느 해에 처음 만들었다고 기록된 음식은 아니다.
따라서 인제라의 기원을 특정 연도로 못 박기보다 에티오피아 고원의 곡물 재배와 가정식 속에서 오랜 시간 형태를 갖춘 음식으로 이해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인제라는 항상 테프로만 만들까
인제라를 소개하는 글에는 대부분 테프가 등장한다. 테프는 알갱이가 매우 작은 곡물로, 에티오피아에서 인제라를 만들 때 가장 선호하는 재료다. 흰색과 갈색을 비롯해 지역에서 재배해 온 여러 품종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인제라가 테프 100퍼센트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재배 환경과 곡물 가격, 가정 형편에 따라 수수나 보리, 밀, 옥수수 등을 섞기도 한다. 테프 가격이 부담스러운 가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곡물의 비율을 높일 수 있다. 에리트레아를 비롯한 인접 지역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곡물에 따라 조합이 달라진다.
순수 테프 인제라만을 전통적인 형태로 생각하면 실제 식생활의 여러 모습을 놓치게 된다. 한 장의 인제라에는 지역에서 재배되는 곡물뿐 아니라 그 시기의 물가와 가정 경제까지 반영된다.
전날의 발효가 다음 반죽으로 이어진다
전통적인 인제라는 테프 가루와 물만 섞어 바로 굽지 않는다. 이전에 발효한 반죽에서 남겨둔 액체 상태의 발효종을 새 반죽에 넣는다. 이를 에르쇼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익숙한 천연발효빵의 발효종처럼, 에르쇼에는 효모와 젖산균을 포함한 여러 미생물이 존재한다. 조금 남겨둔 발효종이 다음 반죽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테프 가루와 물, 에르쇼를 섞은 반죽은 보통 며칠 동안 발효한다. 필요한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지역의 고도와 기온, 용기의 상태와 발효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도 집집마다 반죽의 농도와 발효 시간을 판단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첫 번째 발효가 끝나면 반죽 일부를 물과 함께 끓여 묽은 죽처럼 만든다. 이것을 압시트라고 한다. 식힌 압시트를 다시 원래 반죽에 넣고 짧게 한 번 더 발효하면 구울 준비가 끝난다.
압시트를 되돌려 넣는 과정은 반죽의 점성을 조절하고 굽는 동안 기포가 고르게 생기도록 돕는다. 재료 목록만 보면 단순한 음식이지만, 실제로는 발효 상태를 보고 다음 단계를 결정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표면의 작은 구멍이 중요한 이유
완성도가 좋은 인제라에는 작은 구멍이 고르게 퍼져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이 구멍을 인제라의 눈이라고 표현한다.
구멍은 발효 과정에서 생긴 기체가 뜨거운 조리판 위에서 빠져나오며 만들어진다. 반죽을 뜨겁게 달군 메타드에 원을 그리듯 붓고 뚜껑을 덮으면 아래쪽은 매끄럽게 익고 위쪽에는 수많은 기공이 남는다.
이 구멍은 보기 좋게 만드는 장식이 아니다. 인제라 위에 올린 워트와 시로 같은 걸쭉한 음식의 국물과 양념을 붙잡는다. 구멍이 충분하고 식감이 부드러워야 인제라를 찢어 반찬을 감쌀 때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제라의 색만 보고 품질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고르게 생긴 구멍과 부드러움, 말았을 때 갈라지지 않는 탄력, 적당한 신맛이 함께 중요하다.
한 장의 인제라를 여러 사람이 나누는 방식
에티오피아의 전통적인 식사에서는 넓은 인제라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여러 종류의 음식을 올린다. 매콤한 고기 스튜인 워트, 콩이나 병아리콩으로 만든 시로, 익힌 채소 등이 한 접시에 함께 놓인다.
먹는 사람은 인제라 가장자리를 조금씩 떼어 반찬을 감싸거나 집어 먹는다. 별도의 개인 접시 없이 여러 사람이 큰 그릇 하나를 공유하는 모습도 흔하다. 인제라를 담은 큰 접시나 바구니 받침은 메소브라고 부른다.
식사가 진행될수록 바닥에 깔린 인제라에는 여러 음식의 소스가 스며든다. 처음에는 음식을 담는 바탕이었던 인제라가 마지막까지 먹는 음식으로 남는 것이다. 빵과 반찬, 접시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식사와는 구조가 다르다.
종교적인 금식 기간에도 인제라는 식탁에 남는다.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금식일에는 고기와 유제품을 피하고 콩과 채소로 만든 음식을 올리지만, 그 아래에는 여전히 인제라가 깔린다. 함께 먹는 음식은 달라져도 식사의 기본 형태는 유지되는 셈이다.
인제라를 발효빵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자료를 살펴보기 전에는 인제라의 핵심이 테프와 신맛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리 과정과 먹는 방법을 함께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에르쇼는 이전 반죽과 새로운 반죽을 이어준다. 압시트를 넣는 과정은 집마다 전해진 발효 경험을 보여준다. 완성된 인제라는 음식이 올라가는 자리가 되고, 한 접시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같은 음식을 나누게 한다.
인제라가 에티오피아의 대표 음식으로 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특정한 맛 하나 때문이라기보다 곡물을 재배하고 반죽을 발효하며 식사를 나누는 방식 전체가 인제라 한 장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