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하우카르틀, 그린란드상어를 발효하고 말려 먹는 이유

아이슬란드 하우카르틀은 그린란드상어를 숙성하고 건조해 만드는 전통 음식이다. 하우카르틀은 단순히 오래 보관하려고 말린 상어가 아니다. 그린란드상어 살에 들어 있는 요소와 TMAO를 줄이고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바꾸기 위해 숙성과 건조라는 두 단계가 필요했다. 상어를 바로 먹지 못하고 여러 달 가공해야 했던 이유를 살펴보자.

아이슬란드 음식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하우카르틀(Hákarl)이다. 작은 상어고기 조각을 먹고 얼굴을 찡그리는 여행자의 모습이나 강한 암모니아 냄새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하우카르틀은 종종 ‘썩힌 상어’나 벌칙 음식 정도로 소개된다.

하지만 냄새만 따라가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그린란드상어를 이런 방식으로 가공한 데에는 꽤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이 상어는 잡은 직후 불에 굽거나 삶는 것만으로는 안심하고 먹기 어려운 생선이었기 때문이다.

접시에 작게 잘라 담은 아이슬란드 하우카르틀

출처: Xfigpower /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 BY-SA 3.0

냄새보다 먼저 알아야 할 상어의 몸

그린란드상어는 북대서양과 북극권의 차갑고 깊은 바다에서 살아간다. 이런 환경에 적응한 상어의 근육에는 요소와 트리메틸아민 N-옥사이드(TMAO)가 많이 들어 있다.

이 물질들은 상어에게 불필요한 찌꺼기가 아니다. 바닷물과 체내 수분의 균형을 맞추고, 깊은 바다의 압력 속에서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다. 상어에게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질이지만 사람에게는 다른 문제가 된다.

가공하지 않은 그린란드상어 고기를 많이 먹으면 신경계 이상과 비슷한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하우카르틀을 단순히 ‘상어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만든 음식’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보관보다 먼저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상어고기를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바꾸는 일이었다.

땅에 묻었다는 설명은 절반만 맞다

하우카르틀의 전통 제조법을 소개할 때 흔히 “상어를 땅에 묻어 썩힌다”고 말한다. 실제로 과거에는 손질한 상어를 흙이나 자갈로 만든 구덩이에 넣고 돌로 눌러 두었다. 다만 이 과정의 목적은 무작정 부패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상어를 눌러 두면 살에 들어 있던 수분과 여러 성분이 액체와 함께 빠져나온다. 동시에 고기 내부의 화학 성분과 미생물 구성도 달라진다. 즉, 땅속이라는 장소 자체보다 압력을 가하면서 액체가 배출되도록 만드는 구조가 중요했다.

오늘날에는 구덩이 대신 배수구가 있는 상자나 용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눌러서 숙성하고 액체를 빼낸다는 원리는 이어지고 있다. 옛 방식과 현대 방식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땅에 묻는 음식’이라고 설명하면 현재의 하우카르틀 생산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몇 달을 기다리는 동안 일어나는 변화

2023년에 발표된 소규모 산업 현장 연구에서는 신선한 상어고기를 8주, 냉동했던 상어고기를 7주 동안 숙성한 뒤 5주 동안 건조했다. 연구진은 숙성 과정에서 TMAO가 5주 안에 검출 한계 아래로 감소하고, pH가 약 6에서 9 정도로 높아지는 변화를 확인했다.

반면 트리메틸아민과 디메틸아민은 증가했다. 하우카르틀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암모니아 계열 냄새도 이러한 질소 화합물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강한 냄새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원재료의 성질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인 셈이다.

그렇다고 냄새만 맡아 보고 숙성이 끝났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제조 경험과 온도, 고기의 상태, 위생 관리가 함께 필요하다. 하우카르틀은 가정에서 생선을 조금 오래 두는 방식으로 흉내 낼 수 있는 발효식품이 아니다.

관련 연구: University of Iceland – Hákarl fermentation study

숙성이 끝나도 바로 먹지 않는다

숙성을 마친 상어고기는 길게 잘라 바람이 통하는 건조장에 매단다. 이 단계에서 수분이 더 줄어들고 표면과 내부의 질감이 달라진다.

숙성만으로 원재료의 성질을 바꿨다면, 건조는 하우카르틀다운 질감과 보관성을 완성하는 과정에 가깝다. 수분이 충분히 빠지지 않은 고기와 오랫동안 말린 고기는 냄새뿐 아니라 씹을 때 느껴지는 단단함에서도 차이가 난다.

아이슬란드 음식문화 자료에서는 전통적인 건조 기간을 약 4~5개월로 설명한다. 앞서 소개한 2023년 연구에서는 5주간 건조했으므로 기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는 모든 하우카르틀에 그대로 적용되는 하나의 고정된 조리 시간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기의 크기와 상태, 계절, 생산 시설에 따라 필요한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몇 주 숙성하면 완성된다’는 짧은 설명으로는 이 음식의 전체 과정을 담기 어려운 이유다.

아이슬란드 건조장에 매달아 말리는 하우카르틀

출처: Chris 73 /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 BY-SA 3.0

아이슬란드의 날씨도 제조 과정에 들어간다

하우카르틀을 기후와 떼어 놓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마지막 건조 과정에 있다. 상어고기를 말리는 동안에는 온도와 습도, 바람이 모두 결과에 영향을 준다. 아이슬란드 음식문화 자료에서도 건조 과정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날씨를 꼽는다.

날씨가 춥다고 해서 항상 발효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습하면 수분이 잘 빠지지 않고, 온도와 바람이 달라지면 건조 속도도 변한다. 생산자는 단순히 고기를 밖에 걸어 두는 것이 아니라 상태를 계속 살피며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그래서 건조장도 비를 그대로 맞는 야외라기보다는 지붕과 벽으로 비바람을 어느 정도 막으면서 공기가 드나들도록 만든 형태가 많다. 바람은 이용하지만, 날씨에 전부 맡겨 버리지는 않는 구조다.

관련 자료: Matarauður Íslands – Hákarl

한때는 고기보다 간이 더 값졌다

그린란드상어가 아이슬란드에서 잡힌 이유를 식량 부족 하나로만 설명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특히 18~19세기에는 상어의 간에서 얻은 기름이 중요한 상품이었다.

상어 간유는 조명용 연료로 이용됐으며 해외로도 수출됐다. 상어잡이가 아이슬란드 어업의 성장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고기는 숙성하고 말려 음식으로 이용했으며, 간은 기름을 얻는 데 사용한 것이다.

이런 배경을 보면 하우카르틀은 남은 상어고기를 억지로 먹은 음식이라기보다 잡은 상어를 가능한 한 버리지 않고 활용한 방식에 가깝다. 먹기 어려운 원재료의 성질을 바꾸고, 바람을 이용해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결과였다.

생존을 위한 음식에서 겨울 행사의 음식으로

하우카르틀은 오늘날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매일 먹는 반찬은 아니다. 슈퍼마켓이나 관광객이 찾는 음식점에서 볼 수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일상적인 식량으로서의 역할은 줄어들었다.

대신 겨울철 전통 행사인 소라블로트(Þorrablót)에서 과거의 음식을 기억하는 상징적인 음식으로 남아 있다. 큰 접시에 한 끼 식사처럼 담기보다는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 이쑤시개로 집어 먹는 모습이 익숙하다.

아이슬란드 서부 비야르나르회픈에서는 여러 세대에 걸쳐 한 가족이 상어를 가공해 왔으며, 현재는 관련 박물관도 운영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예전만큼 즐겨 먹지는 않지만 소라블로트에서는 여전히 빠지기 어려운 음식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관련 자료: Matarauður Íslands – West Iceland food heritage

‘썩은 상어’라는 별명이 가리는 것

하우카르틀의 냄새가 강하다는 사실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음식을 설명하면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왜 오랜 시간 숙성과 건조를 반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린란드상어는 차갑고 깊은 바다에 적응하면서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물질을 몸에 지니게 됐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그 고기를 버리는 대신 눌러서 액체를 빼고, 충분히 숙성한 다음 다시 바람에 말렸다.

하우카르틀은 이상한 맛을 일부러 만든 음식이 아니다. 북대서양의 원재료와 아이슬란드의 날씨, 그리고 잡은 상어를 활용하려는 생활 방식이 함께 만든 가공 기술이다. 작은 상어고기 한 조각에서 냄새보다 먼저 살펴볼 것은 바로 그 긴 과정이다.

참고 자료

말레이시아 발효 조미료 비교, 템포약·벨라찬·부두·친찰록은 어떻게 다를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