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의 아침 식탁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흰색 음식이 여러 개 놓이곤 한다. 둥글고 도톰한 모양만 보면 떡이나 찐빵과 비슷하지만, 한 조각을 떼어 보면 속에 아주 작은 구멍들이 촘촘하게 퍼져 있다.
이 음식이 이들리다. 쌀가루만 익혀 만든 떡이 아니라 쌀과 우라드콩을 불리고 갈아 만든 반죽을 밤새 발효한 다음 증기로 찐다. 반죽에는 이스트나 베이킹파우더를 반드시 넣지 않아도 된다. 곡물과 콩에 있던 미생물이 활동하면서 산미와 기포를 만들기 때문이다.
폭신한 식감은 찜기에 들어간 뒤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전날 물에 담가 둔 쌀과 콩, 반죽을 갈 때 들어간 공기, 따뜻한 곳에서 보낸 시간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다.
아침에 먹을 이들리는 전날 준비한다
이들리를 만드는 일은 보통 쌀과 우라드콩을 따로 불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라드콩은 영어로 블랙그램이라고 부르는 콩이며, 이들리에는 껍질을 제거해 속이 흰 상태인 것을 주로 사용한다.
물에 충분히 불린 쌀과 콩은 각각 갈아 준다. 쌀은 약간의 입자가 느껴지도록 갈고, 우라드콩은 공기를 머금을 수 있게 부드러운 반죽으로 만드는 방식이 흔하다. 성질이 다른 두 재료를 처음부터 한꺼번에 갈기보다 따로 손질하면 반죽의 질감을 조절하기 쉽다.
갈아 놓은 두 반죽을 섞으면 묽은 죽과 되직한 반죽의 중간 정도가 된다. 쌀과 콩의 비율은 가정과 조리법에 따라 다르다. 연구에 사용된 반죽만 보더라도 쌀과 우라드콩의 비율이 2대 1에서 4대 1까지 다양하다.
어느 한 비율만 전통 방식이라고 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용하는 쌀의 종류와 불린 시간, 분쇄기의 성능, 원하는 부드러움에 따라 물의 양과 콩의 비율도 달라진다.
쌀과 콩을 함께 넣는 데는 이유가 있다
쌀은 이들리의 기본적인 형태를 만들고 담백한 맛을 낸다. 우라드콩은 단백질을 보충하는 재료이면서 반죽의 기포를 붙잡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9년 발표된 이들리 발효 연구에서는 쌀과 우라드콩을 섞은 반죽과 각 재료만으로 만든 반죽을 비교했다. 실험 조건에서 쌀만 사용한 반죽은 산도와 부피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우라드콩 반죽에서는 부피가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라드콩에 들어 있는 아라비노갈락탄과 표면 활성을 가진 단백질 성분이 발효 중 생긴 기체를 붙잡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이 결과가 모든 쌀 발효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리 반죽에서 우라드콩이 맡는 역할을 보여준다.
쌀이 반죽의 뼈대를 만든다면 우라드콩은 그 안에 작은 공기방울이 남을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두 재료를 함께 사용하면 찐 뒤에도 부드럽고 작은 기공이 고르게 퍼진 조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밤사이 반죽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반죽을 따뜻한 곳에 두면 처음보다 부피가 커지고 표면에 작은 기포가 나타난다. 날것의 콩 냄새는 줄어들고 약한 산미도 생긴다.
전통적인 이들리 반죽은 상업용 발효종을 넣지 않고 자연스럽게 발효하는 경우가 많다. 미생물의 출발점은 쌀과 우라드콩의 표면, 물, 조리 도구와 주변 환경이다.
2019년 연구에서는 곡물 표면을 살균해 만든 반죽에서 정상적인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반대로 이미 발효된 반죽을 일부 넣자 산도와 부피 변화가 다시 나타났다. 원료에 있던 미생물이 발효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것을 보여준 실험이다.
다만 이들리 발효를 한 종류의 균이 혼자 진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1965년 연구에서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가 산과 기체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후 미생물 분석 기술을 사용한 연구에서는 바이스엘라를 비롯한 여러 유산균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며 발효에 참여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연구 시기와 분석 방법에 따라 주목한 미생물이 달라진 것이다. 이들리 반죽은 하나의 균을 넣어 일정하게 만드는 요구르트보다 원료와 환경에 있는 여러 미생물이 차례로 활동하는 자연 발효에 가깝다.
신맛과 기포가 함께 만들어지는 시간
유산균이 반죽 속의 당을 이용하면 유기산이 생기고 산도가 내려간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은은한 신맛은 쌀과 콩의 풋내를 줄이고 완성된 이들리에 특유의 향을 남긴다.
일부 미생물은 산과 함께 이산화탄소도 만든다. 반죽 속에 갇힌 기체는 부피를 늘리고, 찐 뒤에는 작은 구멍으로 남는다. 반죽을 오래 두는 목적은 시큼한 맛만 내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머금은 구조를 준비하는 데 있다.
발효 시간은 정해진 숫자 하나로 맞추기 어렵다. 남인도의 따뜻한 날씨에서는 하룻밤이면 충분할 수 있지만 실내가 서늘하면 변화가 늦어진다. 2019년 연구에서도 26도에서 30도 정도의 환경에서는 발효가 진행된 반면, 4도에 둔 반죽에서는 뚜렷한 발효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가정에서는 시간만 확인하지 않고 반죽의 부피와 향, 표면에 생긴 기포를 함께 살핀다. 너무 일찍 찌면 속이 조밀하고 무거워질 수 있고, 지나치게 오래 두면 신맛이 강해지면서 반죽의 힘이 약해질 수 있다.
발효된 반죽을 둥근 틀에 담는다
준비된 반죽은 얕게 파인 둥근 이들리 판에 나누어 담는다. 반죽이 부풀 공간을 남겨야 하므로 틀 끝까지 가득 채우지는 않는다. 여러 장의 판을 층층이 쌓아 찜기 안에 넣으면 한 번에 여러 개를 익힐 수 있다.
이들리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굽지 않는다. 아래에서 올라온 뜨거운 증기가 반죽을 익힌다. 겉면이 갈색으로 구워지지 않고 흰색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열을 받은 반죽에서는 발효 중 만들어진 기체가 팽창한다. 이어 쌀의 전분과 콩의 단백질이 굳으면서 공기방울이 빠져나간 자리를 둘러싼다. 발효로 만든 구조를 증기가 고정하면 부드럽고 구멍이 많은 이들리가 완성된다.

둥근 이들리 여러 개를 접시에 담은 모습이다. 표면을 굽지 않고 증기로 익히기 때문에 색이 희고 겉면도 부드럽다.
사진: Mdsmds0 / CC BY-SA 4.0
찜 조리가 발효를 마무리한다
이들리의 발효는 반죽 단계에서 일어난다. 찜기에 들어간 뒤에는 미생물의 활동보다 열에 의해 반죽의 형태가 굳어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연구에 소개된 전통적인 조리 과정에서는 발효된 반죽을 전용 틀에 담아 약 5분에서 8분 동안 찐다. 실제 시간은 이들리의 크기와 찜기의 화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뚜껑을 열었을 때 이들리는 둥근 모양을 유지하면서도 손가락으로 누르면 다시 올라올 정도로 부드러워야 한다. 충분히 발효되지 않은 반죽은 속이 무겁고 단단해지기 쉽다. 반대로 반죽에 생긴 기포가 잘 유지되면 칼로 자르지 않아도 손이나 숟가락으로 쉽게 나눌 수 있다.

발효된 반죽을 여러 개의 둥근 틀에 나누어 담아 찌는 모습이다. 틀을 층층이 쌓는 구조여서 작은 찜기에서도 여러 개의 이들리를 함께 만들 수 있다.
사진: SijiR / CC BY-SA 3.0
비슷한 반죽도 조리법에 따라 달라진다
이들리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음식이 도사다. 두 음식 모두 쌀과 우라드콩을 이용한 발효 반죽으로 만들 수 있지만, 마지막 조리 과정은 전혀 다르다.
이들리는 반죽을 둥근 틀에 담아 두께를 유지한 채 찐다. 도사는 반죽을 뜨거운 철판 위에 얇게 펴서 굽는다. 같은 계열의 재료라도 증기를 만나면 폭신한 이들리가 되고, 넓고 뜨거운 철판을 만나면 가장자리가 바삭한 도사가 된다.
가정에 따라서는 한 번 만든 반죽을 나누어 첫날에는 이들리로 찌고, 남은 반죽은 다음 날 도사로 굽기도 한다. 시간이 더 지나 산미가 강해진 반죽이 얇게 구웠을 때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이들리와 도사가 완전히 같은 배합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두께와 바삭함에 따라 쌀과 콩의 비율, 반죽의 농도, 발효 시간을 다르게 조절한다.
삼바르와 처트니가 한 접시를 완성한다
이들리 자체의 맛은 강하지 않다. 소금기가 세지 않고 발효에서 생긴 산미도 비교적 부드럽다. 그래서 삼바르나 코코넛 처트니처럼 향과 맛이 뚜렷한 음식을 곁들인다.
렌틸콩과 채소를 넣어 끓인 삼바르에 이들리를 적시면 작은 구멍 사이로 국물이 스며든다. 코코넛 처트니는 담백한 이들리에 고소한 맛과 매운맛을 더한다. 이들리의 다공성 구조는 부드러운 식감뿐 아니라 함께 먹는 소스를 흡수하는 데도 알맞다.
집에서 만든 아침 식사로 먹기도 하고 식당이나 길거리의 티핀 메뉴로 접하기도 한다. 특별한 행사를 위해서만 만드는 음식이라기보다 전날 반죽을 준비해 두고 아침에 쪄 먹는 일상식에 가깝다.
발효식품이지만 완성품은 익힌 음식이다
이들리를 소개할 때 살아 있는 유산균을 섭취하는 음식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죽에서는 여러 미생물이 활동하지만 완성 단계에서는 뜨거운 증기로 충분히 익힌다.
발효가 맡는 일은 미생물을 그대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반죽을 찌기 전에 산미와 향을 만들고 부피를 늘리는 것이다. 발효 과정에서 생긴 변화는 완성된 이들리의 맛과 조직에 남지만, 생반죽과 찐 이들리는 같은 상태가 아니다.
집에서 반죽을 만들 때도 시큼한 냄새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정상적인 발효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깨끗한 물과 도구를 사용하고, 곰팡이나 비정상적인 색이 나타난 반죽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폭신한 한 조각에 담긴 밤의 변화
갓 찐 이들리는 조리 시간이 길지 않다. 찜기에서 익는 시간만 보면 간단한 아침 음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부드러운 조직은 전날 쌀과 우라드콩을 따로 불리고 갈아 둔 순간부터 준비된다.
우라드콩은 반죽이 기체를 붙잡을 수 있게 돕고, 여러 유산균은 밤사이 산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마지막에는 증기가 부풀어 오른 반죽을 무너지지 않는 형태로 굳힌다.
이들리의 흰색 표면에서는 발효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조각을 갈라 속에 퍼진 작은 구멍을 보면 전날 밤 반죽 안에서 일어난 변화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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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Madhvi H. Mandhania 외, Diversity and Succession of Microbiota during Fermentation of the Traditional Indian Food Idli,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2019
- S. K. Mukherjee 외, Role of Leuconostoc mesenteroides in Leavening the Batter of Idli, a Fermented Food of India, Applied Microbiology, 1965
- Debasree Ghosh·Parimal Chattopadhyay, Preparation of idli batter, its properties and nutritional improvement during fermentation, Journal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 2011
- J. Sridevi·Prakash M. Halami·S. V. N. Vijayendra, Selection of starter cultures for idli batter fermentation and their effect on quality of idlis, Journal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