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레부시, 가쓰오부시에 곰팡이를 입히는 이유

일본 가레부시는 삶고 훈연한 가다랑어에 곰팡이를 입힌 뒤 다시 말려 만드는 가쓰오부시다. 흔히 보는 얇은 가쓰오부시 조각만으로는 그 전 모습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깎기 전의 가레부시는 나무토막처럼 단단하다. 생선을 삶고 연기에 말리는 데서 끝내지 않고 곰팡이 숙성을 이어가는 이유는 수분과 지방을 줄이고 국물의 향을 다듬기 위해서다.

모든 가쓰오부시가 곰팡이 발효를 거치는 것은 아니다

가쓰오부시는 한 가지 제품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조 단계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가다랑어를 삶고 훈연해 말린 것은 아라부시라고 한다. 아라부시의 검고 거친 표면을 깎아 정리하면 하다카부시가 된다.

여기에 곰팡이를 입히고 숙성한 것이 가레부시다. 같은 가다랑어로 만들지만 아라부시는 훈연과 건조가 중심이고, 가레부시는 곰팡이가 참여하는 발효와 숙성 단계까지 거친다.

따라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쓰오부시가 모두 발효 식품인 것은 아니다. 포장지에 가쓰오부시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 원료가 아라부시인지 가레부시인지에 따라 제조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일본 가레부시와 단단한 가쓰오부시를 얇게 깎는 전용 도구

단단한 가쓰오부시와 이를 얇게 깎는 전용 도구

사진: サフィル,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가다랑어를 바로 말리지 않는 이유

가쓰오부시 제조는 생선을 햇볕에 말리는 일로 시작하지 않는다. 먼저 가다랑어의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몸통을 나눈다. 등 쪽과 배 쪽 살을 분리하면 한 마리에서 네 개의 긴 살덩이가 나온다.

손질한 살은 바구니에 가지런히 놓고 뜨거운 물에서 익힌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서는 약 80도의 물에서 60분에서 90분 정도 삶는 전통적인 과정을 소개한다. 익힌 뒤에는 살이 부서지지 않도록 식히면서 남아 있는 뼈와 껍질을 손으로 제거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생선을 익혀 먹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살의 형태를 단단하게 잡고 부패하기 쉬운 상태를 바꾸는 준비 작업이다. 뼈를 뺀 자리는 으깬 생선살로 메워 전체 모양을 정돈하기도 한다.

연기로 말려 아라부시를 만든다

손질이 끝난 가다랑어 살은 나무를 태운 연기와 열로 말린다. 한 번에 강한 불로 수분을 빼는 것이 아니라 훈연한 뒤 식히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훈연이 이어지면 생선살은 점점 단단해지고 겉면은 검게 변한다. 이 단계에서 연기 향이 배어들며 수분도 크게 줄어든다. 여러 차례 훈연과 건조를 마친 상태가 아라부시다.

완성된 아라부시의 표면에는 연기에서 나온 검은 성분과 굳은 부분이 남아 있다. 이 거친 표면을 깎아 매끄럽게 만든 것이 하다카부시다. 곰팡이는 검은 표면 위에 바로 입히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하다카부시에 붙인다.

곰팡이는 단순히 향만 더하는 것이 아니다

하다카부시 표면에 가쓰오부시 제조에 사용하는 곰팡이를 입히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표면이 곰팡이로 덮인다. 이후 햇볕에 말리고 표면의 곰팡이를 털어낸다. 필요에 따라 곰팡이를 다시 입히고 건조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때 활동하는 곰팡이는 생선 표면에 색을 더하는 장식이 아니다. 곰팡이가 만드는 효소는 남아 있는 지방과 단백질에 작용한다. 지방의 일부가 분해되면서 국물을 냈을 때 탁해지는 정도와 거친 냄새가 줄고, 훈연 직후의 강한 향도 한층 차분해진다.

2020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제조업체의 가레부시 표면에서 여러 종류의 아스페르길루스속 곰팡이가 확인됐다. 구성 비율은 제조 환경에 따라 달랐으며, 발효 후반에 많이 나타나는 종류도 있었다. 가레부시가 한 종류의 균만으로 똑같이 만들어지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곰팡이를 털어내고 다시 말리는 까닭

가레부시는 곰팡이를 많이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표면에서 곰팡이를 기른 뒤 햇볕에 말리고, 다시 털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작업을 거치면서 남아 있던 수분이 더 줄어들고 살은 한층 단단해진다.

수분이 매우 적어진 환경에서는 다른 미생물이 쉽게 증식하기 어렵다. 생선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단단한 식재료로 바뀌는 데 훈연과 곰팡이 숙성, 건조가 함께 작용하는 셈이다.

곰팡이를 입히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 제품은 혼가레부시라고 부른다. 지역과 제조업체에 따라 횟수와 숙성 기간은 다르지만, 전통적인 방식은 완성까지 여러 달이 걸리기도 한다. 시간을 오래 들인다는 사실만으로 품질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수분과 온도, 균의 상태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단단한 덩어리를 얇게 깎아 사용하는 방식

완성된 가레부시는 칼로 쉽게 자르기 어려울 만큼 단단하다. 예전 일본 가정에서는 나무 상자 위에 대팻날이 달린 전용 도구를 두고 사용할 만큼만 그때그때 얇게 깎았다.

단단한 덩어리를 그대로 국물에 넣기보다 얇게 깎으면 물과 닿는 면적이 넓어진다. 짧은 시간에도 향과 감칠맛 성분이 우러나기 때문에 다시를 낼 때 편리하다. 두부나 채소, 오코노미야키 위에 바로 뿌려 먹는 가쓰오부시도 이렇게 얇게 깎은 형태다.

뜨거운 음식 위에서 가쓰오부시가 움직이는 모습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얇고 가벼운 조각이 음식에서 올라오는 열과 수증기의 영향을 받아 흔들리는 것이다.

다시에서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를 함께 쓰는 이유

가쓰오부시는 일본식 국물인 다시의 중요한 재료다. 가쓰오부시에는 이노신산이 들어 있고, 다시마에는 글루탐산이 들어 있다. 성격이 다른 두 감칠맛 성분이 한 국물에서 만나면 어느 한쪽만 사용했을 때와 다른 깊이가 생긴다.

가레부시는 아라부시에 비해 훈연 향이 비교적 차분하고 맑은 국물을 내는 데 알맞다. 반면 아라부시는 연기 향과 생선의 힘 있는 맛이 더 뚜렷하다. 어떤 것이 무조건 더 좋다기보다 만들려는 국물과 음식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일본식 다시 재료인 단단한 가쓰오부시와 말린 다시마

가쓰오부시와 다시 국물에 함께 사용하는 다시마
사진: サフィル,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곰팡이를 이용해 생선의 성격을 바꾼 음식

가레부시는 생선을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키는 젓갈과 다르다. 먼저 열로 익히고 연기로 충분히 말린 뒤, 수분이 줄어든 생선 표면에서 곰팡이를 이용한다. 발효가 제조 과정의 출발점이 아니라 거의 마지막에 가까운 단계에 놓여 있다.

생선을 보관하기 위해 시작된 삶기와 훈연, 건조는 곰팡이 숙성과 결합하면서 일본의 국물 문화를 떠받치는 재료가 됐다. 완성품은 눈에 띄는 반찬이 아니라 얇게 깎여 국물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 한 조각을 만드는 데는 여러 차례의 불과 연기, 햇볕과 시간이 필요하다.

함께 읽을 글

인도네시아 템페
https://everyinfo24.com/indonesian-tempe-fermentation-culture/

아이슬란드 하우카르틀
https://everyinfo24.com/icelandic-hakarl/

참고 자료

일본 농림수산성
Katsuobushi and similar products
https://www.maff.go.jp/e/policies/market/dento_syoku/bunrui/husirui.html

일본 농림수산성
Dried Bonito
https://www.maff.go.jp/e/policies/market/dento_syoku/menu/dried_bonito.html

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Microbiology
Characterization of surface Aspergillus community involved in traditional fermentation and ripening of katsuobushi
https://pubmed.ncbi.nlm.nih.gov/32416377/

Kikkoma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Food Culture
Making Katsuobushi
https://www.kikkoman.com/en/culture/foodforum/japanese-style/29-2.html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