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발효 조미료 비교, 템포약·벨라찬·부두·친찰록은 어떻게 다를까

말레이시아의 템포약, 벨라찬, 부두, 친찰록은 원료와 형태, 쓰임이 서로 다르다. 템포약은 두리안, 벨라찬과 친찰록은 작은 새우, 부두는 멸치로 만든 음식이다. 같은 발효 조미료라도 요리에 넣는 시점과 먹는 방법은 전혀 다르게 사용된다. 지금부터 두리안 발효장부터 새우 페이스트와 멸치 소스까지 차이를 비교하여 적어보겠다.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발효 조미료를 찾으면 서로 전혀 닮지 않은 네 가지 음식을 만나게 된다.

하나는 옅은 노란색의 부드러운 과일 페이스트다. 다른 하나는 회갈색으로 눌러 만든 단단한 새우 블록이다. 짙은 갈색 액체가 든 병도 있고, 작은 분홍색 새우가 그대로 보이는 발효장도 있다.

이들의 이름은 템포약, 벨라찬, 부두, 친찰록이다. 모두 말레이시아 음식의 맛을 내는 발효 조미료지만, 같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원료부터 발효 기간, 질감과 쓰임까지 각자 다른 길을 지나 식탁에 도착한다.

템포약은 과일이지만 생선 요리에 더 자주 등장한다

템포약의 원료는 두리안 과육이다. 새우와 생선으로 만든 다른 세 조미료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잘 익은 두리안 과육에 소금을 섞어 밀폐 용기에 담고 며칠 동안 발효하면 단맛이 줄고 산미가 생긴다. 발효 기간은 제조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나흘에서 일주일 정도다. 완성된 템포약은 겨자색이나 옅은 노란색을 띠며 부드러운 죽과 비슷한 질감이 된다.

두리안은 향이 강하고 달콤한 과일이지만 템포약은 디저트보다 반찬과 요리에 가깝다. 고추와 섞어 삼발 템포약을 만들거나 생선 요리에 넣어 신맛을 더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파항과 페락 지역의 템포약이 특히 잘 알려져 있다. 파항의 민물메기 요리인 굴라이 템포약 이칸 파틴은 템포약을 매운 양념과 함께 끓인 음식이다. 발효한 두리안의 산미가 생선과 국물에 퍼지기 때문에 완성된 요리에서는 과일 소스라는 인상이 한결 약해진다.

템포약은 두리안이 많이 나오는 시기에 남은 과육을 오래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생과일로는 빠르게 익어버리는 두리안을 발효해 두면 계절이 지난 뒤에도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발효한 두리안 과육으로 만든 말레이시아 템포약

출처: bingregory,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 BY 2.0

벨라찬은 그대로 먹기보다 요리의 시작에 들어간다

벨라찬은 작은 새우와 소금을 발효해 만든 새우 페이스트다. 과육처럼 부드러운 템포약과 달리 단단한 블록이나 덩어리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제조에서는 작은 새우를 소금과 섞어 햇볕에 말린 뒤 찧는다. 말리고 찧는 작업을 반복한 다음 일정 기간 발효하고, 판매하기 편한 모양으로 눌러 만든다. 완성된 벨라찬은 수분이 적고 단단해서 칼로 조금씩 잘라 사용할 수 있다.

벨라찬은 보통 블록째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떼어 불에 굽거나 팬에서 볶으면 강한 새우 향이 올라온다. 여기에 고추와 라임즙을 섞으면 삼발 벨라찬이 된다.

공심채를 볶는 캉쿵 벨라찬에도 사용한다. 마늘과 고추를 볶을 때 벨라찬을 조금 넣으면 채소 전체에 새우의 감칠맛이 퍼진다. 카레나 국물, 볶음밥에도 들어가지만 사용하는 양은 많지 않다. 향이 강하기 때문에 작은 조각으로도 요리의 성격이 달라진다.

벨라찬의 역할은 소스보다는 농축된 조미 재료에 가깝다. 요리가 완성된 뒤 찍어 먹는 것이 아니라 불과 기름, 고추를 만나면서 맛을 내는 경우가 많다.

단단한 블록 형태로 만든 말레이시아 벨라찬

출처: timbomb,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 BY 2.0

부두는 동해안 식탁에 놓이는 액체 조미료다

부두는 멸치와 소금을 오랫동안 발효해 만드는 액체 조미료다. 말레이반도 동해안의 클란탄과 트렝가누 지역에서 특히 널리 사용한다.

형태만 보면 액젓과 비슷하지만 색이 더 탁하고 맛도 매우 진하다. 제품에 따라 흐린 회갈색에서 짙은 갈색까지 차이가 난다. 발효 기간은 앞의 두 조미료보다 길다.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멸치와 소금을 밀폐된 용기에 넣고 약 6개월 동안 발효한다.

부두는 요리 속에만 넣는 재료가 아니다. 작은 그릇에 덜어 양파와 고추, 라임즙, 레몬그라스를 섞은 뒤 밥과 생채소, 구운 생선에 곁들인다. 짠맛이 강하므로 한 번에 많은 양을 붓기보다 조금씩 찍거나 밥에 섞어 먹는다.

클란탄을 대표하는 나시 케라부와도 잘 어울린다. 푸른빛을 띠는 밥에 허브와 채소, 생선이나 고기를 곁들이고 부두로 간을 맞춘다. 이때 부두는 생선 소스라기보다 밥과 여러 반찬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벨라찬이 요리를 시작할 때 불에 볶는 조미 재료라면 부두는 완성된 식탁에서 맛을 조절하는 액체장에 더 가깝다.

고추와 과일을 곁들여 먹는 말레이시아 부두 소스

출처: Yosri,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 BY-SA 3.0

친찰록에는 작은 새우의 모습이 남아 있다

친찰록도 벨라찬처럼 작은 새우를 발효한다. 하지만 두 음식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원료라는 사실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벨라찬은 새우를 찧고 말려 단단한 블록으로 만든다. 친찰록은 작은 새우를 소금과 밥 등의 재료에 섞어 비교적 짧게 발효하기 때문에 새우의 형태가 그대로 보인다. 색은 옅은 분홍색에 가깝고 수분이 남아 있어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다.

자연 발효 기간은 대체로 며칠에서 2주 안팎이다. 일부 시판 제품은 더 선명한 색을 내기 위해 색소를 사용하기도 하므로 구입할 때 원재료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친찰록은 멜라카 지역과 연결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얇게 썬 샬롯과 고추, 라임즙을 섞으면 짠맛과 신맛이 강한 반찬이 된다. 그대로 밥에 곁들이기도 하고 달걀이나 고기 요리에 넣어 익히기도 한다.

벨라찬처럼 먼저 구워 가루를 내지 않아도 바로 다른 재료와 섞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차이다. 입안에서 작은 새우의 질감이 느껴지는 것도 친찰록만의 특징이다.

작은 새우를 발효해 샬롯과 고추를 곁들인 친찰록

출처: Alpha,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 BY-SA 2.0

벨라찬과 친찰록은 왜 같은 새우로 다른 음식이 되었을까

벨라찬과 친찰록은 모두 작은 새우와 소금을 사용한다. 차이를 만든 것은 새우를 처리하는 방법과 수분의 양이다.

벨라찬은 새우를 찧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 수분을 줄인다. 눌러 만든 블록은 보관과 운반이 편하며 필요한 만큼 잘라 요리에 넣을 수 있다. 냄새가 강해도 불에 굽고 고추나 산미가 있는 재료와 섞으면 향의 방향이 달라진다.

친찰록은 새우의 모양과 수분을 남긴다. 단단한 조미 블록이 아니라 발효한 새우 반찬에 가까운 모습이다. 양파와 라임을 섞어 바로 식탁에 올릴 수 있으며 익힌 요리에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벨라찬이 없을 때 친찰록을 같은 양으로 대신 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수분과 염도, 향의 세기뿐 아니라 음식 안에서 맡는 역할이 다르다.

네 가지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기준

템포약은 다른 세 음식과 원료부터 다르다. 두리안 과육을 발효해 생긴 산미와 부드러운 질감을 생선 요리나 삼발에 이용한다.

벨라찬은 단단한 새우 페이스트다. 조금씩 잘라 굽거나 볶은 뒤 고추, 라임, 채소와 조리한다. 맛을 내기 위해 요리 중간에 넣는 경우가 많다.

부두는 오래 발효한 멸치 액체장이다. 양파와 고추, 라임을 섞어 밥이나 생채소, 생선에 곁들이기 좋다.

친찰록은 작은 새우가 그대로 보이는 촉촉한 발효장이다. 샬롯과 고추를 섞어 반찬처럼 먹거나 달걀과 고기 요리에 넣을 수 있다.

노란 과일 페이스트는 템포약, 단단한 새우 블록은 벨라찬, 짙은 멸치 액체장은 부두, 분홍색 새우가 보이는 발효장은 친찰록이라고 구분하면 이해하기 쉽다.

발효 조미료 하나로 말레이시아의 맛을 설명할 수 없는 이유

말레이시아의 발효 조미료가 다양한 것은 이 나라의 식문화가 한 지역과 한 재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리안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과육을 발효해 생선 요리에 사용했다. 해안에서 잡은 멸치와 작은 새우는 액체장과 단단한 페이스트, 촉촉한 새우 발효장으로 각각 달라졌다.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평소 먹는 음식에 따라 필요한 조미료의 모습도 달라진 것이다.

네 가지는 모두 강한 향을 지녔지만 사용법은 섬세하다. 템포약은 산미를 만들고, 벨라찬은 볶은 음식의 밑맛을 채운다. 부두는 식탁에서 간을 조절하며, 친찰록은 양파와 고추 사이에서 반찬이 된다.

말레이시아 발효 조미료의 특징은 어느 하나가 전국의 맛을 대표한다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네 가지가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적인 음식을 완성한다는 데 있다.

참고 자료

라오스 파댁, 메콩 민물고기 발효장이 식탁의 기본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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