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포솔, 옥수수 반죽을 물에 풀어 마시는 발효 음식

멕시코 남동부에서 마시는 포솔은 니스타말 옥수수 반죽을 자연 발효한 뒤 물에 풀어 마시는 음식이다. 완성된 모습만 보면 걸쭉한 옥수수 음료처럼 보이지만, 반죽을 공 모양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물에 푸는 방식에는 더운 지역의 생활과 오래된 옥수수 문화가 함께 담겨 있다.

포솔은 음료이기 전에 반죽이다

포솔이라고 하면 대개 그릇에 담긴 음료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지 시장에서는 마시기 전 단계인 둥근 옥수수 반죽도 포솔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이 반죽에 물을 붓고 손이나 도구로 풀면 비로소 마실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한 번에 음료를 완성해 들고 다니는 대신 반죽으로 보관하다가 필요한 만큼만 물에 섞는 것이다. 부피가 작고 다루기 쉬워 집 밖에서 마실 음식으로도 알맞았다.

포솔은 멕시코 전역에서 똑같이 만들어지는 음료는 아니다. 특히 타바스코와 치아파스를 비롯한 남동부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졌으며, 마야계 주민들의 식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멕시코 타바스코 시장에서 판매되는 포솔 옥수수 반죽

멕시코 타바스코의 시장에서 판매되는 둥근 포솔 반죽

사진: Alfonsobouchot,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발효보다 먼저 거치는 니스타말 과정

포솔의 출발점은 생옥수수를 바로 갈아 만든 가루가 아니다. 옥수수알을 석회 성분이 들어간 알칼리성 물에 익히고 불리는 니스타말 과정을 먼저 거친다.

충분히 불어난 옥수수는 씻어서 갈면 부드러운 반죽이 된다. 멕시코의 토르티야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반죽으로 만들지만, 포솔은 여기에서 바로 굽지 않고 일정 시간 자연 발효시킨다는 차이가 있다.

니스타말과 발효는 같은 과정이 아니다. 니스타말은 옥수수를 익히고 알칼리 처리하는 준비 단계이며, 신맛을 만드는 발효는 반죽이 완성된 뒤 시작된다. 두 과정이 차례로 이어지는 점이 포솔의 특징이다.

옥수수 반죽에서 신맛이 생기는 과정

전통적인 포솔은 정해진 한 종류의 발효균을 넣기보다 주변 환경과 재료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는 여러 유산균이 활동하며 반죽의 산도를 높인다.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미생물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포솔 반죽을 만든 직후부터 48시간까지 관찰했을 때 시간에 따라 미생물 구성이 달라지는 모습이 확인됐다. 여러 미생물이 차례로 영향을 주면서 포솔 특유의 산미와 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포솔은 일반적으로 술처럼 마시는 발효 음료가 아니다. 알코올을 만드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옥수수 반죽에서 산미를 형성하는 비알코올 발효 음식에 가깝다.

둥근 반죽으로 만들어 두는 이유

발효된 반죽을 공 모양으로 만들면 옮기거나 나누기 편하다. 지역에 따라 바나나 잎과 같은 식물 잎으로 감싸 두기도 한다. 마실 때는 반죽 일부를 떼어 물에 풀면 되므로 매번 옥수수를 삶고 갈 필요가 없다.

이 방식은 포솔이 단순한 음료보다 한 끼에 가까운 역할을 해 온 이유를 보여준다. 반죽 상태로 준비해 두었다가 갈증이 나거나 음식이 필요할 때 물과 섞어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발효했다고 해서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기온과 위생 상태에 따라 발효 속도와 품질이 달라지므로, 전통적인 제조 경험과 보관 방법이 함께 필요하다.

흰 포솔과 카카오 포솔

포솔에는 카카오가 반드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옥수수 반죽만으로 만든 흰 포솔도 있고, 갈아 놓은 카카오를 섞어 색과 향을 더한 포솔도 있다.

카카오를 넣은 포솔은 갈색을 띠며 고소하고 쌉싸래한 향이 더해진다. 지역과 가정에 따라 설탕을 넣어 달게 마시거나 소금을 조금 더하기도 한다. 옥수수와 물이라는 기본 구성은 비슷하지만 무엇을 섞느냐에 따라 맛의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이 차이 때문에 포솔을 카카오 음료라고만 설명하면 흰 포솔을 놓치게 된다. 반대로 발효 옥수수 음료라고만 부르면 타바스코와 치아파스에서 이어진 카카오 포솔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

히카라에 담아 마시는 포솔

전통적으로 포솔을 담는 그릇 가운데 히카라가 있다. 단단하게 마른 박과 식물의 열매 껍질을 그릇처럼 이용한 것이다. 가벼우면서도 액체를 담을 수 있어 멕시코 남부의 여러 전통 음료와 함께 사용돼 왔다.

발효된 반죽은 물에 완전히 녹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옥수수 성분이 아래에 가라앉는다. 그래서 마시는 도중 다시 저어 주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매끈한 음료라기보다 묽게 푼 옥수수죽에 가까운 질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멕시코 전통 그릇 히카라에 담긴 옥수수 발효 음료 포솔

히카라 그릇에 담긴 멕시코 남부의 전통 음료 포솔

사진: Irene Barruet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같은 옥수수라도 먹는 방식은 달라진다

옥수수 반죽을 바로 구우면 토르티야가 되고, 발효한 반죽을 물에 풀면 포솔이 된다. 재료가 같아도 가열과 발효, 섭취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되는 셈이다.

포솔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발효가 최종 형태를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발효가 끝난 뒤에도 반죽은 그대로 먹기보다 물과 만나야 음료가 된다. 발효 반죽을 필요한 순간에 음료로 바꾸는 방식이 포솔의 일상적인 성격을 잘 보여준다.

에티오피아의 인제라는 발효한 곡물 반죽을 넓게 구워 먹고, 튀르키예의 타르하나는 발효 재료를 말려 수프의 바탕으로 사용한다. 포솔은 반죽을 물에 풀어 마신다는 점에서 두 음식과 또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다.

함께 읽을 글

에티오피아 인제라 발효
https://everyinfo24.com/ethiopian-injera/

튀르키예 타르하나
https://everyinfo24.com/turkish-tarhana/

참고 자료

멕시코 농업농촌개발부
Pozol, una bebida comestible
https://www.gob.mx/agricultura/articulos/pozol-una-bebida-comestible

멕시코 국립원주민연구소
Bebidas tradicionales de los pueblos indígenas de México
https://www.gob.mx/cms/uploads/attachment/file/758128/Libro-Bebidas-tradicionales-de-los-pueblos-indigenas-INPI.pdf

Microbiology
Analysing the dynamics of the bacterial community in pozol, a Mexican fermented corn dough
https://doi.org/10.1099/mic.0.001355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Microbial Community Dynamics during Production of the Mexican Fermented Maize Dough Pozol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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