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아이락을 말젖으로 만드는 과정과 수백 번 젓는 이유, 전통 가죽 발효통 허흐르가 맛과 발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아이락은 말젖을 발효한 몽골의 여름 음료이다.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말을 자주 짜고 발효통을 수백 번 젓는 노동이 필요하다. 고된 노동을 통해 얻는 아이락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아이락을 짧게 설명하면 말젖을 발효한 몽골의 전통 음료다. 맛은 시큼하고 약간의 탄산감이 있으며, 발효 과정에서 소량의 알코올도 생긴다.
이 설명만 보면 우유에 발효종을 넣고 기다리는 일반적인 발효유를 떠올리기 쉽다. 실제 만드는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짧은 여름 동안 암말의 젖을 여러 차례 짜야 하고, 모은 젖은 발효통 안에서 오랫동안 저어야 한다.
아이락을 조사하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도 재료보다 이 반복적인 과정이었다. 유네스코 자료에는 신선한 말젖을 전통 발효통에 넣고 최소 수백 번 저어 발효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몽골 게르 안에서 잔에 담아낸 아이락
사진 Jpatokal,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아이락은 여름에 집중적으로 만든다
몽골의 가축은 계절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젖의 양이 크게 달라진다. 아이락을 만드는 시기도 암말의 젖을 짤 수 있는 여름부터 초가을에 집중된다.
소와 달리 암말에게서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젖은 많지 않다. FAO 자료에는 짧은 여름 동안 약 두 시간 간격으로 암말의 젖을 짜는 전통이 소개돼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얻어 가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금씩 모은 젖을 기존 아이락에 계속 보태는 구조다.
이 과정은 유목 생활의 시간표와도 연결된다. 말을 돌보고 망아지를 관리하며 젖을 짜는 일이 하루 동안 반복된다. 새로 짠 젖이 생기면 먼저 식힌 뒤 발효통에 남아 있던 아이락과 섞는다.
아이락은 완성된 한 통을 꺼내 마시고 다시 처음부터 만드는 음료가 아니다. 마실 만큼 덜어내고 새로운 말젖을 채우면서 발효를 이어간다. 전날의 아이락이 다음 날 발효종이 된다.
우유인데도 알코올이 생기는 이유
아이락 발효에는 젖산균과 효모가 함께 관여한다. 젖산균은 말젖의 당을 이용해 산미를 만들고, 효모는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이 때문에 아이락에서는 요구르트와 비슷한 신맛이 나면서도 약한 알코올과 탄산감이 함께 느껴진다. 조사된 아이락의 알코올 함량은 발효 상태에 따라 대체로 1퍼센트에서 3퍼센트 정도였지만, 가정과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아이락은 증류주가 아니다. 발효된 우유를 그대로 마시는 음료이므로 몽골의 우유 증류주인 시밍 아르히와도 구분된다. 알코올 도수만으로 보면 약한 술에 가깝지만, 몽골의 목축 생활에서는 여름철 유제품이자 손님을 맞이할 때 내놓는 음료라는 의미가 더 크다.
왜 그렇게 많이 저어야 할까
전통 방식에서는 식힌 말젖을 허흐르라고 부르는 가죽 발효통에 넣는다. 그 안에는 먼저 만들어 놓은 아이락이 발효종으로 남아 있다. 나무 막대를 사용해 새 말젖과 발효 중인 아이락이 고르게 섞이도록 반복해서 젓는다.
유네스코는 이 과정을 수백 번 이상 젓는 것으로 설명한다. 최근 몽골 가정의 아이락 제조 과정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새 말젖을 넣은 뒤 약 세 시간 동안 저은 사례가 확인됐다.
젓는 횟수는 단순한 의식이나 과장이 아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들어오는 신선한 말젖을 기존 발효액과 고르게 섞어주는 작업이다. 한두 번 흔들고 그대로 두는 것보다 꾸준히 저어주는 편이 발효가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만드는 데 유리하다.
이 일은 한 사람만의 몫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락을 만드는 집에서는 가족이 발효 상태를 살피며 수시로 통을 저었다. 아이들이 어른을 도우면서 말 돌보기와 젖 짜기, 아이락 만드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가죽 주머니도 발효 과정의 일부다

소가죽으로 만든 몽골의 전통 아이락 발효통 허흐르
사진 Taylor Weidman,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허흐르는 소가죽을 손질해 만든 큰 주머니 형태의 발효통이다. 가죽을 불리고 털을 제거한 뒤 말리고 훈연하는 과정을 거쳐 만든다. 완성된 허흐르에는 말젖과 발효종을 넣고 나무 막대로 저을 수 있도록 입구가 마련되어 있다.
지금은 가죽 대신 플라스틱 통을 사용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세척과 이동이 편하고 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통만 바뀐 것 같지만 발효 결과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2025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같은 몽골 가정에서 허흐르와 플라스틱 통으로 만든 아이락을 비교했다. 플라스틱 통은 밤에도 열을 비교적 오래 유지해 젖산 생성이 많았고 산도가 더 높게 유지됐다. 반면 허흐르에서 만든 아이락에서는 더 다양한 미생물이 확인됐다.
오래 사용한 가죽 발효통 자체가 미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허흐르는 단순히 옛날 사람들이 사용했던 그릇이 아니었다. 통의 재질과 온도 변화까지 아이락의 맛과 발효 상태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손님에게 아이락을 내놓는다는 것
몽골에서 아이락은 집에서 소비하는 유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손님이 게르를 찾았을 때 아이락을 권하는 것은 환영과 존중을 나타내는 방법이다. 축제와 축복 의식에서도 사용되며, 여름에 열리는 나담과도 관계가 깊다.
좋은 아이락을 만드는 집은 지역에서 이름이 알려지기도 한다. 어느 집에서 만들었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지역의 풀과 기온, 발효통과 집안에서 이어온 방법이 그 차이를 만든다.
유네스코가 2019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린 대상도 아이락이라는 음료 하나만은 아니다. 정식 등재 명칭은 허흐르를 이용한 아이락 제조 기술과 관련 관습이다. 말을 돌보고 젖을 짜는 일부터 가죽 발효통을 제작하고 손님에게 아이락을 대접하는 문화까지 포함한다.
아이락 한 잔만 보면 옅은 흰색의 발효유일 뿐이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 보면 짧은 여름 동안 계속되는 말 관리와 착유, 발효통을 젓는 가족의 일이 함께 들어 있다. 아이락이 몽골의 유목문화를 설명하는 음식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