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군드룩은 겨자와 무, 콜리플라워 같은 채소의 잎을 자연 발효한 뒤 햇볕에 말린 음식이다. 마른 군드룩만 보면 차 잎이나 묵은 나물처럼 보이지만 물에 불리거나 국에 넣으면 발효 과정에서 생긴 신맛과 채소 향이 다시 살아난다. 수확한 잎채소를 바로 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계절이 지난 뒤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저장 방식이다.
뿌리나 꽃보다 잎을 먼저 바라본 음식
무를 수확하고 나면 뿌리뿐 아니라 넓은 잎도 남는다. 콜리플라워 역시 꽃 부분을 거둔 뒤 많은 잎이 생긴다. 군드룩은 이런 잎채소를 발효와 건조를 거쳐 새로운 식재료로 바꾼다.
네팔에서 흔히 사용하는 재료는 라요사그라고 부르는 잎채소와 겨잣잎, 무청, 콜리플라워 잎 등이다. 한 종류만 고집하지 않고 그 지역과 계절에 구할 수 있는 잎을 이용한다. 사용하는 채소에 따라 색과 향에는 조금씩 차이가 생긴다.
한국의 시래기가 무청을 말려 보관한 음식이라면 군드룩은 말리기 전에 발효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짧은 발효 단계가 평범한 마른 채소에서는 찾기 어려운 산미를 만든다.
잎을 시들게 한 뒤 단단히 눌러 담는다
갓 수확한 잎은 수분이 많고 부피도 크다. 전통적인 제조에서는 잎을 씻은 뒤 하루나 이틀 정도 시들게 해 부드럽게 만든다. 잎이 어느 정도 숨이 죽으면 손으로 비비거나 잘게 찢어 조직을 무르게 한다.
준비한 잎은 항아리나 용기에 빈틈이 적도록 눌러 담는다. 잎 사이에 공기가 많이 남지 않도록 단단히 채우고 입구를 막으면 자연스럽게 발효가 시작된다. 예전에는 좁은 입구를 가진 토기에 담았지만 오늘날에는 유리병이나 다른 밀폐 용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가정과 지역에 따라 잎을 다루는 방법과 발효 기간은 다르다. 따뜻한 물을 더하는 방식도 있고, 시든 잎에서 나온 수분만으로 발효시키는 경우도 있다. 어느 한 가지 제조법만이 군드룩의 전부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콜리플라워 잎으로 만들어 건조한 네팔 군드룩
사진: Krish Dulal / CC BY-SA 3.0
소금 없이 진행되는 유산 발효
군드룩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널리 알려진 전통 방식에서 소금을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추를 소금에 절여 만드는 김치나 소금물에 채소를 담그는 피클과 출발부터 다르다.
단단히 눌러 담은 잎에서는 주변 환경과 채소에 원래 존재하던 미생물이 활동한다. 발효 초기에는 여러 종류의 유산균이 늘어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균의 구성이 달라진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젖산 때문에 풋내는 줄고 군드룩 특유의 새콤한 향이 생긴다.
히말라야 지역의 전통 군드룩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발효 초기에 유산균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처음에는 여러 균이 함께 나타났지만 발효가 이어지면서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이 우세해졌다. 미리 배양한 한 종류의 균을 넣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미생물의 순서가 바뀌는 발효다.
신맛이 생겼다고 바로 보관하지 않는다
잎에서 산미가 느껴질 정도로 발효가 진행되면 용기에서 꺼내 햇볕에 펼쳐 말린다. 발효만으로 끝내지 않고 수분을 다시 줄이는 과정이다.
촉촉한 발효 채소는 시간이 지나면 계속 변하지만 충분히 말린 군드룩은 부피가 작아지고 보관하기도 쉬워진다. 냉장 시설이나 빠른 운송이 흔하지 않았던 환경에서는 수확기에 얻은 잎채소를 오래 활용하는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발효와 건조가 이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유산 발효가 산미와 향을 만들고, 햇볕 건조는 남아 있는 수분을 줄인다. 서로 다른 두 과정이 하나의 저장법 안에서 역할을 나누고 있다.
다만 건조한 발효 식품이라고 해서 살아 있는 유산균이 먹을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햇볕에 말리고 다시 물에 불리거나 끓이는 과정에서 미생물의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군드룩의 가치는 유산균의 수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잎채소를 저장하고 새로운 맛을 만든 방식에서 찾는 편이 자연스럽다.
채소가 부족한 시기에 꺼내 먹는 재료
네팔은 지역에 따라 고도와 기후, 농사 환경의 차이가 크다. 모든 지역의 식생활을 하나로 묶을 수는 없지만 외딴 마을에서는 신선한 채소를 일 년 내내 구하기 어려웠다. 수확기에 만든 군드룩은 채소가 귀해진 시기에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가 됐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도 군드룩을 네팔의 식량 저장과 관련된 중요한 발효 식품으로 소개한다. 특히 시장이나 냉장 유통망과 거리가 있는 지역에서 잎채소를 버리지 않고 다음 계절까지 이어 가는 방법이었다.
이 음식이 오래 남은 까닭은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잎채소와 용기, 발효를 기다릴 시간과 햇볕이 있으면 가정에서도 만들 수 있었다. 집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 것도 이런 생활 속 제조 방식과 관련이 있다.
마른 군드룩은 다시 물을 만난다
잘 말린 군드룩은 그대로 씹어 먹기보다 물에 불리거나 국물에 넣어 사용한다. 감자나 콩, 토마토와 함께 끓이면 산뜻한 신맛이 섞인 국이 된다. 물에 불린 뒤 양념과 버무려 아차르로 먹거나 볶음과 카레에 넣기도 한다.
건조 과정에서 잎의 질감은 거칠고 단단해지지만 물과 열을 만나면 다시 부드러워진다. 다만 갓 수확한 잎처럼 연해지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씹는 맛과 발효 향이 남기 때문에 국물에서도 군드룩의 존재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군드룩의 신맛은 식초를 바로 넣었을 때의 날카로운 맛과 다르다. 잎채소의 풋향과 말린 채소의 구수함이 함께 남아 있어 담백한 감자나 콩과 잘 어울린다.

물에 불린 군드룩을 넣어 끓인 네팔식 군드룩 수프
사진: Ser Amantio di Nicolao / CC BY-SA 4.0
김치와 비슷해 보여도 저장 방식은 다르다
군드룩과 김치는 모두 잎채소에서 유산 발효가 일어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군드룩은 소금을 넣지 않고 발효한 뒤 완전히 말리는 반면, 김치는 소금에 절인 채소를 양념과 함께 발효하고 수분이 남은 상태로 보관한다.
먹는 방법도 다르다. 김치는 발효된 채소 자체를 바로 반찬으로 먹는 경우가 많지만, 마른 군드룩은 다시 물에 불리거나 조리에 사용해야 한다. 비슷한 재료와 유산균이 참여하더라도 보관 환경과 식탁에서의 쓰임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된 것이다.
군드룩은 잎채소를 풍성한 수확기의 음식으로만 남겨 두지 않았다. 발효로 맛을 바꾸고 햇볕으로 무게와 수분을 줄여 채소가 부족한 때까지 이어 갔다. 한 줌의 검고 마른 잎에는 네팔 사람들이 계절을 건너온 방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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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타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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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Fermented Fruits and Vegetables: A Global Perspective
https://www.fao.org/4/x0560e/x0560e11.htm
Journal of Applied Microbiology
In situ fermentation dynamics during production of gundruk and khalpi
https://pubmed.ncbi.nlm.nih.gov/22815579/
Journal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
Kinetics and modeling of growth and lactic acid production in Gundruk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590328/
Food Research International
Ecological factors that drive microbial communities in culturally diverse fermented foods
https://pubmed.ncbi.nlm.nih.gov/41087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