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안데스에서는 수확한 감자를 말리거나 얼리는 것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저장해 왔다. 감자를 풀로 감싼 뒤 물이 흐르는 구덩이에 넣고 몇 달을 기다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토코시라고 부른다.
물속에서 꺼낸 감자는 처음 모습과 크게 달라져 있다. 속은 부드러워지고 향도 강해진다. 낯선 냄새 때문에 상한 감자로 오해하기 쉽지만, 토코시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안데스의 발효 음식이다.
감자를 물속에 넣는 과정부터 건조하고 먹는 방법까지 살펴보면, 토코시는 특이한 음식이라기보다 환경에 맞춰 만들어진 저장 기술에 가깝다.
감자를 물속에 넣는 낯선 저장법
감자는 페루 고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식량이었다. 수확기에 많은 양을 거두더라도 싹이 나거나 썩기 전에 먹지 못하면 다음 계절까지 남기기 어렵다. 안데스 사람들은 감자를 얼렸다가 말려 추뇨를 만들기도 했고, 물속에서 발효해 토코시를 만들기도 했다.
토코시는 주로 페루 중부 고지대의 앙카시, 우아누코, 후닌 지역과 관련해 소개된다.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감자의 종류와 발효 기간, 구덩이를 만드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감자 대신 옥수수나 다른 안데스 작물을 이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감자 토코시다.
이 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감자를 오래 담가 두는 것만이 아니다. 물길과 풀, 돌, 기다리는 시간이 하나의 발효 환경을 만든다.
풀을 깐 구덩이에 감자를 채운다
토코시를 만들 때는 샘이나 개울 가까이에 구덩이를 마련한다. 구덩이의 바닥과 벽에는 안데스 고지대에서 자라는 이추라는 풀을 깐다. 그 위에 감자를 넣고 다시 풀을 덮은 다음, 돌을 올려 감자가 떠오르지 않게 누른다.
근처의 물길을 구덩이로 연결하면 감자는 물 아래에 잠긴다. 물은 한곳에 완전히 고여 있기보다 구덩이를 천천히 통과한다. 감자를 자루나 풀로 만든 망에 담아 물가에 두는 방식도 전해진다.
발효 기간은 지역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몇 달이 지나 감자의 조직이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강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구덩이에서 꺼낸다. 정해진 날짜에 기계적으로 생산하는 식품과 달리, 물의 온도와 감자의 상태를 살피며 완성 시점을 판단해 온 것이다.

페루 앙카시 지역에 남아 있는 토코시 발효 구덩이다. 땅을 파고 물길을 연결해 감자를 오랫동안 담가 두는 전통 방식을 보여준다.
사진: Carlo Brescia / CC BY-SA 4.0
흐르는 물과 시간이 만드는 발효
토코시에는 요구르트처럼 따로 준비한 발효 종균을 넣지 않는다. 감자와 풀, 물을 비롯한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자연스럽게 발효에 참여한다.
2018년에 발표된 토코시 미생물 연구에서는 시료에서 여러 유산균 집단이 확인됐다. 배양 실험에서는 락토바실루스와 류코노스톡 계열의 균이 분리됐고, 유전자 분석에서도 조사한 세 시료 모두 락토바실루스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통 토코시는 일정한 공장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생산되는 식품이 아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감자를 사용했는지, 물의 온도와 발효 기간이 어땠는지에 따라 미생물 구성과 완성된 맛은 달라질 수 있다. 한 번의 연구 결과를 모든 토코시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강한 냄새는 어디에서 생길까
토코시를 처음 접한 사람이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향이다. 오랫동안 물속에 있던 감자의 조직이 미생물과 효소의 작용으로 변하면서 일반적인 삶은 감자에서는 맡기 어려운 냄새가 만들어진다.
냄새가 강하다고 해서 토코시를 단순히 썩은 감자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감자를 정해진 장소에 넣고 물이 흐르도록 관리한 뒤, 적절한 시점에 꺼내 말리는 과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연히 방치된 부패와 지역에서 반복해 온 발효 방식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냄새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할 수도 없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음식은 원료와 물의 상태, 작업 환경이 중요하다.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보관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제품보다 위생적으로 제조·유통된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 안전하다.
물에서 꺼낸 뒤 다시 말린다
구덩이에서 꺼낸 감자는 수분을 머금고 있어 그대로 오래 보관하기 어렵다. 표면을 정리한 다음 햇볕이나 바람에 말리면 수분이 줄어들고 보관하기 쉬워진다. 충분히 말린 토코시는 가루로 만들기도 한다.
토코시 가루를 이용한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마사모라가 있다. 물에 토코시 가루를 풀고 계피나 정향 등을 넣어 천천히 끓이면 죽이나 묽은 푸딩과 비슷한 질감이 난다. 지역과 가정에 따라 수프에 넣거나 반죽 재료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강한 향이 부담스러울 때는 향신료나 단맛을 더해 먹기도 한다. 발효된 감자를 그대로 먹는 것보다 가루로 만든 뒤 다른 재료와 조리하는 방식이 토코시의 향과 질감을 받아들이기 쉽다.

발효와 건조를 거친 토코시다. 감자의 단단했던 조직이 부드럽게 변하고 표면에도 발효 과정의 흔적이 남아 있다.
추뇨와 토코시는 어떻게 다를까
토코시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안데스의 감자 저장 음식이 추뇨다. 둘 다 감자를 수확한 직후 모두 먹지 않고 다음 시기까지 남기기 위해 발전했지만 만드는 환경은 다르다.
추뇨는 고산 지역의 큰 일교차를 이용한다. 밤에는 감자를 얼리고 낮에는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되풀이해 수분을 줄인다. 반면 토코시는 감자를 물속에 두고 발효한 다음 꺼내서 말린다.
완성된 음식의 성격도 달라진다. 추뇨는 건조된 감자의 형태가 비교적 뚜렷하고 장기간 저장하기 좋다. 토코시는 발효 과정에서 조직과 향이 크게 달라지며, 가루를 내어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감자라도 추위와 햇볕을 이용할지, 흐르는 물과 미생물을 이용할지에 따라 전혀 다른 저장 음식이 만들어진다.
안데스의 민간 믿음과 과학적 연구
페루에서는 토코시를 안데스의 페니실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위장에 좋거나 몸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믿음도 전해진다. 이런 인식 때문에 토코시는 일상 음식뿐 아니라 전통적인 건강식으로도 판매된다.
그러나 별칭을 그대로 의학적 효능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토코시 가루의 성분과 유산균, 독성 등을 조사한 연구는 있지만 상당수는 실험실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사람이 먹었을 때 특정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토코시는 페루의 발효 음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의약품이나 항생제를 대신하는 식품으로 소개해서는 안 되며, 질환이 있다면 음식에 의존하지 말고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감자를 다음 계절까지 남긴 사람들의 방식
토코시의 강한 향만 보면 왜 이런 음식을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확한 감자를 오랫동안 남겨야 했던 고산 지역의 생활을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은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풀로 구덩이를 정리하고, 샘과 개울의 흐르는 물을 발효 환경으로 이용했다. 수개월 뒤 감자를 꺼내 다시 말리면서 저장하기 쉬운 형태로 바꿨다. 특별한 설비가 없어도 지형과 물길을 이용해 식량의 사용 기간을 늘린 것이다.
토코시는 감자를 낯선 맛으로 바꾼 음식인 동시에, 안데스 사람들이 자신들의 환경을 읽고 활용한 기록이다. 냄새보다 먼저 살펴볼 것은 물과 풀, 돌, 그리고 긴 시간을 식량 저장에 이용한 생활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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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Jiménez et al., Exploring diversity and biotechnological potential of lactic acid bacteria from tocosh, LWT, 2018
- Velasco-Chong et al., Tocosh Flour: A Toxicological Assessment of Traditional Peruvian Fermented Potatoes, Foods, 2020
- Perú Info, Tocosh: the legacy of Andean natural medicine
- SENASA Perú, Traditional knowledge and tocosh production in Juní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