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타르하나, 여름의 반죽이 겨울 수프가 되기까지

튀르키예 타르하나는 요구르트와 밀가루, 채소를 발효한 뒤 말려 두는 전통 수프 재료이다. 오늘 글에서는 여름에 만든 반죽이 겨울 수프로 돌아오는 과정을 살펴보자. 타르하나는 단순히 완성된 수프를 보관하는 음식이 아니다. 요구르트와 밀가루를 발효해 말린 뒤, 필요한 날 물에 풀어 다시 끓이는 저장 방식이다. 이동 생활에 따른 유목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발효 문화이다.

타르하나 수프를 처음 보면 토마토나 붉은 고추를 넣은 평범한 수프처럼 보인다. 걸쭉한 국물에 말린 민트나 버터를 더해 먹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 한 그릇을 만드는 일은 냄비에 물을 올리는 날보다 훨씬 전에 시작된다.

튀르키예의 전통적인 타르하나는 요구르트와 밀가루, 채소를 섞어 발효한 다음 잘게 말려 보관하는 음식이다. 겨울에는 필요한 만큼 꺼내 물이나 육수에 풀어 수프로 끓인다. 완성된 수프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프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발효 반죽을 미리 준비해 두는 셈이다.

크루통과 염소 치즈를 곁들인 튀르키예 타르하나 수프

출처: E4024,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 BY-SA 4.0

수프 한 그릇은 여름에 시작된다

타르하나를 만드는 시기는 지역과 가정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채소가 풍부하고 반죽을 말리기 좋은 계절과 연결된다. 잘 익은 토마토와 붉은 고추, 양파를 준비하고 여기에 요구르트와 밀가루를 섞는다. 민트나 파프리카 같은 향신료가 들어가기도 하며, 발효를 돕기 위해 효모를 사용하는 조리법도 있다.

재료는 정해진 한 가지 비율로만 섞이지 않는다. 어떤 집은 요구르트의 신맛을 강하게 남기고, 어떤 집은 토마토나 고추를 넉넉하게 넣는다. 양파를 먼저 익히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채소를 갈아서 바로 반죽에 넣기도 한다.

그래서 타르하나의 색과 향은 지역뿐 아니라 집마다 다르다. 같은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연한 베이지색에 가까운 것이 있고, 붉은 고추와 토마토 때문에 주황빛이 선명한 것도 있다.

첫날에는 채소와 요구르트를 반죽한다

준비한 채소는 익히거나 곱게 갈아 밀가루, 요구르트와 섞는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죽처럼 보이지만 밀가루가 들어가면서 무겁고 끈기 있는 반죽으로 바뀐다. 손으로 치대거나 넓은 용기에서 주걱으로 섞을 만큼 양이 많은 경우도 있다.

이 과정이 혼자 하기에는 제법 큰일이어서 이웃이나 친척이 함께 만드는 모습도 전해진다. 튀르키예에서 공동 작업과 상부상조를 뜻하는 이메제 방식이다. 여러 사람이 재료를 손질하고 반죽을 나누어 맡으면 한 가정이 겨울 동안 먹을 양을 한꺼번에 준비하기가 수월하다.

다만 모든 타르하나가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는 소량을 집에서 만들거나 완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커다란 반죽을 함께 만들고 나누는 장면은 타르하나가 개인의 조리법을 넘어 생활 공동체의 음식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죽은 바로 말리지 않는다

재료를 섞은 뒤에는 반죽을 며칠 동안 둔다. 자료에 따라 발효 기간은 하루에서 일주일 정도로 소개되며, 기온과 재료의 비율, 원하는 신맛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

이때 요구르트에서 온 젖산균과 효모가 반죽 속에서 함께 움직인다. 시간이 지나면 반죽의 향이 처음보다 시큼해지고, 채소와 곡물의 냄새도 하나로 섞인다. 효모의 활동으로 반죽이 부풀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다시 저어 주거나 눌러 주기도 한다.

타르하나 특유의 신맛은 단순히 수프를 끓일 때 식초나 레몬을 넣어 만든 맛과는 다르다. 요구르트와 곡물, 채소가 한 반죽 안에서 며칠을 보내며 생긴 맛이다. 발효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조건 더 좋은 것도 아니다. 집마다 익숙한 향과 산미가 있기 때문에 반죽을 말리기 시작하는 시점도 달라진다.

발효가 끝나면 반죽을 잘게 떼어 놓는다

충분히 발효한 반죽을 그대로 두면 오래 보관하기 어렵다. 다음 단계는 수분을 줄이는 일이다.

반죽을 한 줌씩 떼어 깨끗한 천이나 넓은 판 위에 펼쳐 놓는다. 처음부터 가루로 만들 수는 없으므로 작은 덩어리 상태로 먼저 말린다. 겉이 마르고 속에 수분이 조금 남았을 때 손으로 부수거나 체에 비벼 입자를 작게 만든다. 이후 다시 펼쳐 남은 습기를 없앤다.

너무 젖은 상태에서 갈면 반죽이 도구에 달라붙고, 완전히 딱딱해진 뒤에는 곱게 부수기가 힘들다. 그래서 언제 덩어리를 뒤집고, 어느 정도 말랐을 때 잘게 부술지는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늘날에는 건조기나 낮은 온도의 오븐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햇볕과 바람을 이용한 건조가 전통적인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겉만 마른 것처럼 보이는 상태가 아니라 보관 중 상하지 않도록 내부의 수분까지 충분히 줄이는 것이다.

이메제 방식으로 함께 타르하나를 준비하는 모습

출처: Turpcan,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 BY-SA 4.0

가루로 만들자 음식의 쓰임이 달라졌다

잘 마른 타르하나는 굵은 가루나 작은 부스러기 형태가 된다. 부피와 무게가 줄어들고 액체 상태의 요구르트나 채소보다 옮기기 편하다. 겨울에 신선한 채소가 부족하더라도 따로 반죽을 만들 필요 없이 저장해 둔 타르하나를 꺼내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타르하나는 농촌 생활뿐 아니라 식재료를 가볍고 오래 보관해야 하는 이동 생활과도 잘 맞는다. 다만 타르하나가 오직 유목민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단정할 만한 기원은 분명하지 않다. 요구르트와 곡물을 결합하고 발효 후 건조하는 방식이 이동과 겨울 저장에 유리했다는 점을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결국 핵심은 발효만도, 건조만도 아니다. 발효로 맛을 만들고 건조로 그 상태를 보관할 수 있게 한 두 단계의 조합이다.

겨울에는 다시 물을 만난다

말린 타르하나는 그대로 먹기보다 수프의 바탕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가루를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에 먼저 풀어 덩어리를 줄인 뒤, 물이나 육수를 더해 저으면서 끓인다. 냄비에 마른 가루를 곧바로 넣으면 쉽게 뭉칠 수 있기 때문이다.

끓기 시작하면 국물이 걸쭉해지고 발효 과정에서 생긴 산미가 드러난다. 여기에 버터와 말린 민트를 더하거나 토마토 페이스트,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조리법도 있다. 농도 역시 일정하지 않다. 묽게 끓이면 부드러운 국물이 되고, 타르하나를 넉넉히 넣으면 한 끼 식사처럼 진한 수프가 된다.

다만 끓여 먹는 음식이므로 타르하나를 살아 있는 유산균을 섭취하는 식품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타르하나의 특징은 발효 과정에서 형성된 신맛과 향, 그리고 건조를 통한 보관 방식에서 찾는 편이 자연스럽다.

지역이 달라지면 모양도 달라진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타르하나는 고운 가루에 가깝지만 모든 지역의 제품이 같은 형태인 것은 아니다. 곡물의 종류와 요구르트의 양, 채소와 향신료의 사용법이 지역마다 달라진다.

특히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의 타르하나는 밀가루 반죽을 곱게 가루 내는 형태와 차이가 있다. 밀을 삶거나 빻은 곡물과 요구르트를 이용해 얇게 펼쳐 말리며, 마른 조각을 간식처럼 먹거나 물에 불려 수프로 만들기도 한다.

이 차이는 타르하나를 하나의 고정된 요리법으로만 보면 놓치기 쉽다. 타르하나라는 이름 아래에는 각 지역의 곡물과 기후, 건조 방법에 맞춰 달라진 여러 저장 방식이 함께 들어 있다.

타르하나가 저장한 것은 재료만이 아니다

타르하나 수프를 끓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가루를 물에 풀고 저으면서 끓이면 한 냄비가 완성된다. 하지만 그 짧은 조리 시간 뒤에는 채소를 손질하고 반죽을 발효시키고 여러 번 뒤집어 말린 시간이 들어 있다.

여름에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해 두고 겨울에는 필요한 만큼 되돌려 먹는 것. 타르하나는 그 단순한 생활의 계산이 음식으로 남은 사례다. 냄비 속의 붉은 수프만 보면 보이지 않지만, 타르하나의 본래 모습은 한 그릇이 아니라 계절을 건너는 준비 과정에 더 가깝다.

참고 자료

핀란드 비일리, 늘어나는 질감을 만드는 발효 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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