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수즈마와 쿠르트는 발효유의 수분을 단계적으로 줄여 만든다. 카티크의 유청을 빼면 수즈마가 되고, 여기에 소금을 더해 빚고 말리면 쿠르트가 된다. 우유를 발효하고 농축하고 건조한 과정에는 유제품을 오래 저장하고 간편하게 운반하려는 생활 방식이 담겨 있다. 부드러운 수즈마가 단단하고 운반하기 쉬운 쿠르트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 공부해보자.
우즈베키스탄 시장 사진에서 분필이나 작은 돌처럼 생긴 하얀 공을 볼 수 있다.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누른 자국이 남은 것도 있다. 이것이 중앙아시아의 건조 발효유인 쿠르트다.
반면 수즈마는 숟가락으로 떠먹을 만큼 부드럽다. 흰색에 신맛이 난다는 점에서는 진한 요거트와 비슷하고, 물기가 적어 빵에 바를 수 있을 정도로 되직하다.
두 음식은 모양도 다르고 먹는 방법도 다르지만 출발점은 같다. 우유를 발효한 뒤 수분을 얼마나 남겨 두느냐에 따라 카티크, 수즈마, 쿠르트로 이어진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즈마를 손으로 빚어 쿠르트를 만드는 가족
출처: Sinchalak Musulmon /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 BY-SA 4.0
우유를 세 번에 걸쳐 바꾼다
첫 단계는 카티크(qatiq)다. 우유를 데운 뒤 이전에 만든 발효유를 조금 넣어 따뜻한 곳에 두면 걸쭉하고 신맛이 나는 카티크가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요거트와 비슷하지만 중앙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오래 만들어 온 발효유다.
카티크를 천 주머니에 담아 매달아 두면 액체인 유청이 아래로 빠진다. 수분이 줄어든 만큼 질감은 단단해지고 맛은 진해진다. 이때 얻는 것이 수즈마다.
수즈마를 그대로 먹을 수도 있지만 더 오래 보관하려면 한 단계가 남아 있다. 소금을 넣고 작은 덩어리나 공 모양으로 빚은 다음 햇빛과 바람에 말린다. 충분히 마르면 단단한 쿠르트가 된다.
정리하면 우유를 발효해 카티크를 만들고, 카티크의 유청을 제거해 수즈마를 얻으며, 수즈마를 빚어 건조하면 쿠르트가 되는 흐름이다. 다만 사용하는 우유와 가열 여부, 소금과 향신료의 양은 지역과 가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즈마는 완성된 음식이면서 중간 재료다
수즈마를 단순히 쿠르트를 만들기 전의 반제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수즈마 자체로도 다양하게 먹는다.
소금과 잘게 썬 허브를 섞어 빵에 바르거나 토마토와 함께 내놓을 수 있다. 샐러드와 수프에 넣기도 하고, 물을 섞어 묽게 만든 발효유 음료나 차가운 국물 음식의 바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 요거트는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물이 생기고 질감이 묽어진다. 수즈마는 처음부터 유청을 빼 농축했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떴을 때 형태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크림치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치즈와 똑같은 방식으로 숙성한 음식은 아니다.
수즈마의 장점은 필요한 방향으로 다시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 물과 채소를 섞으면 가벼운 여름 음식이 되고, 더 말리면 장기 보관에 적합한 쿠르트가 된다. 한 가지 발효유가 식사와 소스, 음료, 저장식품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물을 빼면 무엇이 달라질까
갓 짠 우유는 영양이 풍부하지만 상하기 쉽고 무겁다. 목축지나 농촌에서 한꺼번에 얻은 우유를 모두 신선한 상태로 마시기는 어려웠다.
발효는 우유의 맛과 산도를 바꾸고, 유청을 제거하는 과정은 부피와 무게를 줄인다. 여기에 건조까지 더하면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수분이 크게 줄어든다. 쿠르트가 신선한 우유나 수즈마보다 오래 보관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다.
소금도 보관성과 맛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모든 쿠르트가 똑같이 짠 것은 아니다. 소금의 양과 크기, 말리는 시간에 따라 신맛과 짠맛, 단단함에 차이가 생긴다.
건조가 진행될수록 우유 한 그릇에 퍼져 있던 성분이 작은 덩어리에 모인다. 그래서 쿠르트는 크기에 비해 맛이 강하다. 처음 접하면 소금 덩어리처럼 느껴질 정도로 짠 제품도 있고, 비교적 부드럽게 씹히는 제품도 있다.
작은 공 모양에는 운반의 편리함이 있다
쿠르트는 둥근 공 모양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두 완벽한 구형은 아니다. 손가락으로 눌러 납작하게 만들거나 길쭉한 덩어리로 빚기도 한다. 시장에 가면 크기와 모양이 다른 쿠르트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작게 나눠 빚으면 큰 덩어리보다 속까지 말리기 쉽다. 필요한 만큼 꺼내 먹을 수 있고, 자루에 담아 옮기기도 편하다. 별도의 그릇이나 무거운 액체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중요했다.
중앙아시아의 목축 생활에서는 사람과 가축이 목초지를 따라 이동하는 일이 있었다. 액체 상태의 우유는 이동 중 흘러내릴 수 있고 더운 날씨에 쉽게 변질된다. 단단하게 말린 쿠르트는 그런 부담을 크게 줄였다.
여행이나 이동 중에는 그대로 조금씩 먹을 수 있고, 필요하면 물이나 국물에 넣어 불릴 수도 있었다. 쿠르트를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휴대할 수 있는 유제품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우즈베키스탄 전체를 유목민 음식으로만 보면 안 된다
쿠르트의 이동성을 설명하다 보면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모두 유목 문화에서 나온 것으로 표현하기 쉽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는 초원과 목축지뿐 아니라 사마르칸트, 부하라, 타슈켄트처럼 오래된 도시와 농경 지역도 함께 존재했다.
중앙아시아의 유제품 가공법은 목축민과 정착민, 시장과 교역로를 오가며 퍼졌다. 수즈마와 쿠르트도 오늘날의 한 국가 안에서만 독립적으로 생겨난 음식이라기보다 중앙아시아 여러 민족이 공유하며 지역에 맞게 발전시킨 음식에 가깝다.
명칭도 조금씩 다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주로 qurut이라고 쓰며, 카자흐스탄에서는 qurt, 키르기스스탄에서는 kurut이라는 표기를 흔히 사용한다. 한국어로는 쿠르트 또는 쿠루트라고 옮긴다.
이름은 달라도 발효한 우유에서 수분을 빼고 말려 보관한다는 원리는 비슷하다. 다만 우유의 종류와 모양, 소금과 향신료 사용법은 지역마다 같지 않다.
관련 자료: Digital Mapping of Central Asian Foods
쿠르트는 딱딱한 채로만 먹지 않는다
잘 마른 쿠르트는 손으로 쉽게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그렇다고 항상 사탕처럼 입에 넣고 오래 녹여 먹는 것은 아니다.
작은 쿠르트는 간식처럼 먹을 수 있지만, 단단한 제품은 물이나 국물에 불려 사용한다. 잘게 부수어 수프와 죽에 넣거나, 물에 풀어 시큼하고 짭짤한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쿠르트는 완성된 간식인 동시에 농축된 조미 재료다. 물을 제거해 가볍게 저장해 두었다가 음식을 만들 때 다시 수분을 더하는 방식이다. 분말 수프나 농축 육수를 물에 푸는 것과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의 쿠르트 연구에서도 이 음식을 반고체 또는 건조 상태로 만드는 산 응고 발효유로 설명한다. 건조 과정이 보관 기간을 늘리는 핵심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연구: Frontiers – Production of kurut using lactic acid bacteria and yeast
시장에서는 여전히 일상적인 음식이다
냉장고와 포장 유제품이 보급된 지금은 우유를 장거리 이동시키기 위해 반드시 쿠르트를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우즈베키스탄 시장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쿠르트를 쉽게 볼 수 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만 남은 것이 아니다. 강한 신맛과 짠맛, 입안에서 천천히 풀리는 단단한 질감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쿠르트는 맥주나 차와 곁들이는 간식으로도 판매되고, 가정에서는 음식에 맛을 더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수즈마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빵과 채소를 간단히 먹을 때 곁들이기 좋고, 더운 계절에는 물과 채소를 섞어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같은 발효유가 부드러운 상태와 완전히 마른 상태로 나뉘어 오늘날 식탁에 함께 남아 있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우르구트에서 판매하는 둥근 쿠르트
출처: Muxriddin Azimov /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 BY-SA 4.0
저장식품은 물을 빼는 데서 시작됐다
우즈베키스탄 수즈마와 쿠르트에는 복잡한 기계나 포장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다. 발효시킨 우유를 천에 담아 매달고, 손으로 작은 덩어리를 빚어 햇빛과 바람에 말렸다.
단순해 보이지만 각 단계의 목적은 분명하다. 발효는 우유의 성질과 맛을 바꾸고, 유청 제거는 부피와 수분을 줄인다. 마지막 건조는 수즈마를 휴대하기 쉬운 쿠르트로 바꾼다.
우유를 오래 남기려면 무거운 액체 상태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필요할 때 다시 물에 풀 수 있도록 가장 가볍고 단단한 형태로 만들어 두면 됐다. 수즈마와 쿠르트는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우유를 버리지 않고 계절과 이동을 넘어 이용한 방법을 보여준다.
다만 전통적인 발효와 자연 건조에는 온도와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생우유를 상온에 두거나 덜 마른 쿠르트를 장기간 보관하는 방식으로 임의 제작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