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잎을 여러 겹 풀면 손바닥보다 작은 분홍빛 고기 덩어리가 나온다. 매끈한 단면 사이로 가느다란 돼지껍질이 보이고, 제품에 따라 마늘이나 고추 한 조각이 붙어 있기도 한다. 베트남의 발효 돼지고기인 넴쭈아(Nem chua)다.
겉모습만 보면 작은 소시지와 비슷하지만 넴쭈아는 가열해서 익히는 음식이 아니다. 잘게 다진 살코기와 삶은 돼지껍질을 섞고 잎으로 단단하게 감싼 뒤, 포장 안에서 진행되는 젖산 발효로 특유의 신맛과 질감을 만든다.
살코기와 돼지껍질을 한 덩어리로 묶는다
넴쭈아의 중심 재료는 지방이 많지 않은 돼지고기다. 살코기를 곱게 다지거나 찧어 끈기가 생기도록 만든 다음, 가늘게 썬 삶은 돼지껍질을 섞는다. 여기에 볶은 쌀가루와 설탕, 소금, 마늘을 비롯한 향신료가 들어간다.
지역과 생산자에 따라 배합은 달라진다. 베트남 중부 지역의 발효식품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살코기와 돼지껍질에 볶은 쌀가루, 설탕, 소금, 향신료를 넣는 제조 방식이 확인됐다. 다만 연구에 기록된 재료 비율을 모든 넴쭈아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돼지껍질은 단순히 양을 늘리는 재료가 아니다. 곱게 다진 살코기가 매끈하고 단단한 바탕을 만든다면, 얇게 썬 껍질은 씹을 때 탄력 있는 감각을 남긴다. 잘라 놓은 넴쭈아의 단면에서 반투명한 실처럼 보이는 부분이 바로 돼지껍질이다.
잎으로 감싸면서 발효 공간이 만들어진다
섞은 고기 반죽은 작은 사각형이나 원통 모양으로 나눈다. 그 위에 얇게 썬 마늘이나 고추를 올리기도 하며, 구아바잎 또는 스타구스베리잎으로 일부를 감싼 뒤 바나나잎을 여러 겹 두른다.
두꺼운 바나나잎 포장은 모양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아 주고, 바깥 공기가 쉽게 드나들지 않는 환경을 만든다. 발효를 일으키는 균이 잎에서만 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료와 제조 환경에 존재하던 여러 미생물이 포장 안에서 함께 활동하며 넴쭈아의 맛을 변화시킨다.

잘라 놓은 넴쭈아의 단면에서 분홍빛 살코기와 가느다란 돼지껍질을 확인할 수 있다. 제품에 따라 마늘이나 고추, 잎이 함께 들어가기도 한다.
사진: Joshua Rappeneker / CC BY-SA 2.0
짧은 발효가 신맛과 질감을 바꾼다
전통적인 넴쭈아는 포장한 뒤 상온에서 비교적 짧게 발효한다. 학술 연구에 기록된 기간은 보통 2∼4일이지만, 이는 연구 대상이 된 제품의 제조 조건이다. 실제 발효 속도는 온도와 원료의 상태, 포장 크기, 생산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포장 안에서는 젖산균이 이용할 수 있는 당을 분해하면서 젖산을 만든다. 산이 늘어나면 고기 반죽의 pH가 내려가고, 처음보다 또렷한 신맛이 생긴다. 고기의 단백질도 산성 환경의 영향을 받아 조직이 조밀해지면서 넴쭈아 특유의 단단한 질감이 형성된다.
볶은 쌀가루와 설탕은 맛을 내는 동시에 발효 환경에도 영향을 준다. 소금은 전체적인 간을 맞추면서 미생물의 활동 조건을 바꾼다. 결국 넴쭈아의 맛은 한 가지 재료가 아니라 고기, 돼지껍질, 탄수화물, 소금, 온도와 포장 상태가 함께 만든 결과다.
지역에 따라 발효 미생물도 달라진다
넴쭈아를 만드는 젖산균은 한 종류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2013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넴쭈아에서 21종의 젖산균이 확인됐으며, 락티플란티바실러스 플란타룸과 락토바실러스 파르시미니스 등이 주요 균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중부 지역의 발효식품을 조사한 다른 연구에서는 페디오코커스 펜토사세우스와 바이셀라 시바리아 등의 젖산균이 확인됐다. 연구마다 주요 미생물이 다르게 나타난 것은 사용한 원료와 지역 환경, 생산자의 제조 방식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넴쭈아가 하나의 고정된 제조법으로만 만들어지는 음식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같은 이름으로 판매되더라도 산미의 강도와 향, 돼지껍질의 양, 씹는 느낌이 제품마다 달라질 수 있다.

사진 설명: 잎 포장을 벗기고 자른 넴쭈아의 모습이다. 고기 반죽 안에 섞인 돼지껍질이 가는 흰색 선처럼 남아 있어 일반적인 햄과 다른 질감을 만든다.
사진: Vivian D Nguyen / CC BY-SA 2.0
신맛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넴쭈아를 이해할 때 맛과 함께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 식품 안전이다. 전통적인 넴쭈아는 돼지 살코기를 별도로 가열하지 않고 발효하기 때문이다.
젖산균이 만들어 내는 산과 소금은 일부 미생물이 증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신맛이 충분히 났다는 사실만으로 병원성 미생물이나 기생충의 위험이 사라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잎으로 단단하게 포장했다고 해서 내부가 무균 상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가정에서 짧게 소개된 제조 과정만 따라 생돼지고기로 넴쭈아를 만드는 것은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구매할 때는 위생적으로 관리된 제조사의 제품인지 확인하고, 표시된 냉장 보관 방법과 소비기한을 지켜야 한다. 임신부와 어린이,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가열하지 않은 동물성 식품 섭취에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작은 잎 포장에 담긴 여러 역할
넴쭈아에서 바나나잎은 눈에 잘 띄지만, 잎 하나만으로 이 음식의 특징을 설명할 수는 없다. 곱게 다진 살코기는 발효의 바탕이 되고, 삶은 돼지껍질은 탄력 있는 식감을 더한다. 쌀가루와 설탕, 소금은 맛과 발효 조건에 영향을 주며, 촘촘한 포장은 고기 반죽의 형태와 내부 환경을 유지한다.
포장을 풀었을 때 느껴지는 산미와 단단한 질감은 이 재료와 과정이 짧은 시간 동안 맞물린 결과다. 넴쭈아는 고기를 오래 보관하기 위한 방식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에는 돼지고기의 맛과 발효 산미를 함께 즐기는 베트남의 독특한 음식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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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Doan Thi Lam Nguyen 외, A culture-dependent and -independent approach for the identification of lactic acid bacteria associated with the production of nem chua, a Vietnamese fermented meat product, Food Research International, 2013.
- Yen Thi Ngoc Phan 외, Diversity of lactic acid bacteria in vegetable-based and meat-based fermented foods produced in the central region of Vietnam, AIMS Microbiology, 2017.
- H. T. H. Nguyen 외, Isolation and characterisation of selected lactic acid bacteria for improved processing of Nem chua, a traditional fermented meat from Vietnam, Beneficial Microbes, 2010.
- Yves Waché 외, Prospects for Food Fermentation in South-East Asia, Frontiers in Microbiology, 2018.
- World Health Organization, Food safety in Viet Nam